업무의욕 높이는 ‘퇴근 후의 삶’ 얼마나 즐기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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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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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직장인 年2116시간 근로… OECD는 1693시간

낮에는 업무에 집중하고 정시에 퇴근해 직장인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는 한동수 씨(위 사진 오른쪽)와 뮤지컬 공연을 즐겨 보는 김시은 씨. 야근 휴일근무 등 장시간 근로 관행을 없애면 근로자의 삶이 바뀌고 생산성 향상과 고용률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한동수·김시은 씨 제공
낮에는 업무에 집중하고 정시에 퇴근해 직장인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는 한동수 씨(위 사진 오른쪽)와 뮤지컬 공연을 즐겨 보는 김시은 씨. 야근 휴일근무 등 장시간 근로 관행을 없애면 근로자의 삶이 바뀌고 생산성 향상과 고용률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한동수·김시은 씨 제공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직장의 신’에는 현실에서 보기 힘든 직장인 한 명이 나온다. 바로 배우 김혜수 씨가 연기하는 ‘미스김’이다. 그는 비록 계약직 근로자이지만 자신의 일을 정확히 처리하고 오후 6시에 ‘칼퇴(정시 퇴근)’한다.

대한민국 대다수 근로자들에게 드라마 속 미스김은 정말 신이나 다른 없는 존재로 비친다. 그만큼 야근 없는 직장을 현실 속에서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퇴근 때만 되면 팀장 부장의 눈치를 보고 평일에 가족들과 저녁식사 한번 하기 어려운 모습은 20∼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한 식품업체가 직장인 1139명을 대상으로 퇴근 문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정시 퇴근을 못하는 이유에 대해 40%의 응답자가 ‘과도한 업무’를 꼽았다. 이어 ‘칼퇴’를 허용치 않는 직장 분위기’(39%), ‘상사의 눈치가 보여서’(16%) 등의 순이었다. 야근 횟수는 매주 1, 2회가 59%였고 3, 4회 야근도 16%나 됐다.

이는 직장 내에서 휴일근로나 휴가 반납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로 이어진다. 고용노동부의 2012년 기업체 노동비용조사에 따르면 한국 근로자들의 연차휴가 사용 비중은 61.4%에 머물고 있다. 여전히 많은 회사에 주어진 휴가조차 제대로 못 쓰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다.

이런 장시간 근로는 저임금 근로자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임금수준이 높은 대기업 생산직이나 사무직 근로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근로자들은 수당을 더 받기 위해 또는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장시간 근로를 감수한다. 사업주는 적은 인력으로 많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이를 묵인한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지 않도록 한 근로기준법도 문제다. 법정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일주일 40시간이다. 연장근로는 주당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만약 주말에 일해도 연장근로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사업주의 걱정과 달리 근로시간 단축이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광고 및 PR회사에 근무하는 김시은 씨(29·여)는 미스김처럼 ‘칼퇴 직원’으로 사내에 유명하다. 그는 평일 저녁 공연이나 전시장을 찾아 문화생활을 즐긴다. 패션회사에서 일하는 한동수 씨(35)도 낮에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퇴근 후에는 직장인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약한다. 한 씨는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내 삶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장시간 근로 개선이 근로자의 삶의 질을 바꾸고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시간이 연간 100시간 감소하면 고용률이 1.8%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한국의 근로시간(연간 2116시간)을 2020년까지 OECD 평균(연간 1693시간)으로 낮추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 등을 추진 중이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박사는 “장시간 노동과 관련된 법적 규제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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