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소액주주 모임 “공매도 투기세력 방치한 금융당국…”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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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대주주 지분매각 주간사로

국내 대표 바이오의약품 기업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56)이 공매도 투기 세력과 싸우는 데 지쳤다며 주식 전량을 다국적 제약사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한 뒤 바이오 업계에서 “제2, 제3의 셀트리온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부분 바이오 기업들이 규모가 크지 않고 루머에 취약해 손쉽게 작전 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의 소액주주들도 금융 당국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 등에 고발하겠다고 나서는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중견 바이오 업체 대표는 1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은 아무리 진정성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해도 주식 시장에서 ‘운 좋으면 한몫 잡을 수 있는 테마주’ 취급을 받는다”며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투자 흐름이 이어지고 있으며 유입되는 자금도 단기성 자금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이오산업은 연구개발(R&D) 및 사업화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개인의 힘만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지금 상황에선 제2, 제3의 셀트리온이 나온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 모임도 이날 한국IR협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금융위원회 등에 공매도 세력을 잡아달라는 탄원서를 수차례 제출했다”며 “금융당국이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검찰, 청와대, 감사원에 직무유기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칠 소액주주 모임 회장은 외국계 헤지펀드를 공매도 의심 세력으로 꼽으면서 “정부의 금융감독시스템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지난 2년간 공매도 세력의 공격이 끊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 회장의 주식 매각 배경에 대해 의심 섞인 시각도 여전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루머나 정보에 따라 주가가 변동하는 게 주식 시장이며 공매도는 셀트리온뿐만 아니라 모든 업체가 당면한 시장 상황”이라며 “공매도 투기와 악성 루머를 보유 지분 전체 매각의 배경으로 드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셀트리온 주가는 전날보다 6650원(13.35%) 떨어진 4만3150원에 장을 마쳤다. 인터넷 종목 게시판에는 “회사가 대체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글들이 줄을 이었고 셀트리온의 실적이 부풀려져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는 실적과 연동되는 게 정상인데 갑자기 대주주가 지분을 처분하겠다고 나서니 누구도 쉽사리 주가를 전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셀트리온은 이날 서 회장 지분 매각을 처리할 주간사회사로 JP모건을 선정하고 매각 대상 업체를 검토하기 시작하는 등 매각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장관석·송충현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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