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미니멀&내추럴, 가구와 인테리어에 힐링 트렌드 거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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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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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열린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선 빨강, 파랑,노랑 등 상큼한 느낌의 원색을 포인트 컬러로 사용한 가구들이 대거 선을 보였다. 미니멀한 디자인 속에서 컬러는 강한 생동감을 주는 요소로 쓰였다. 밀라노=연합뉴스
최근 열린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선 빨강, 파랑,노랑 등 상큼한 느낌의 원색을 포인트 컬러로 사용한 가구들이 대거 선을 보였다. 미니멀한 디자인 속에서 컬러는 강한 생동감을 주는 요소로 쓰였다. 밀라노=연합뉴스
《 미니멀리즘. 그 모던함이 지나치게 도도해 보일까봐 훈기를 불어넣는 요소로 쓰인 자연주의와 클래식….9∼14일(현지 시간) 열린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에서 나타난 트렌드를 요약한 표현이다. 1961년 이후 매년 4월 열리는 이 박람회는 이탈리아 가구업체들이 새로운 제품을 세계에 널리 알리기 위해 연다.올해는 유럽 전체에 드리운 불황 탓에 예년에 비해 혁신적인 트렌드를 많이 선보이진 못했다.

그러나 우울한 불황의 그림자를 뚫고 이 행사에 참가한 2500여 개 업체는 모두 나름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관람객을 유혹했다. A style은 최신 가구 디자인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를 비롯해 국내 주요 가구 업체들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반영해 이번 시즌 신제품으로 내세운 가구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주목해야 할 키워드는 힐링, 자연, 원색과 회색, 1인 가구, 트랜스포머….

어떤 조합인지 알쏭달쏭해 보이는 이 단어들은 어떻게 우리 집 안으로 파고들게 될까. 》

미니멀리즘, 자연과 만나다

미니멀한 스타일인 모던 디자인의 흐름은 벌써 몇 해째 밀라노 가구 박람회의 메인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가구업체 ‘포라다’는 나무를 공 모양으로 둥글게 가공해 유리 테이블 받침대로 사용하거나 얇게 자른 뒤 서로 교직시켜 그물 모양으로 만든 벤치 등 다양한 나무 공예를 선보였다. 전체적으로 매우 단순한 디자인인데도 나무 자체의 특성을 창의적으로 살려 지루해 보이지 않았다.

한편 ‘그린’은 빨강 노랑 파랑 등 원색을 다양한 다리 모양을 한 의자에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자칫 차가워 보이거나 지루해 보일 수 있는 미니멀리즘은 이처럼 자연이나 친환경 소재를 접목해 대안을 찾고 있었다. 또 빨강, 보라, 노랑 등으로 강렬한 포인트를 주거나 원색에 회색을 섞어 세련된 느낌을 주는 컬러들이 대세로 떠올랐다.

국내에서 미니멀 디자인의 바람은 스칸디나비안 가구들의 인기에 힘입어 거세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12∼18일 본점, 15∼21일 강남점, 26일∼5월 2일 영등포점에서 진행하는 가구·생활용품 대전 ‘메종 드 신세계’에서도 이 같은 트렌드가 감지됐다.

신세계 측은 기존의 가구들과 조화를 이루는 북유럽풍 소형 가구를 구입해 기존 가구와 매치하는 트렌드가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백화점에서도 북유럽 가구 브랜드의 대표 주자격인 바이에르, 프리츠한센, 칼 헨센엔쇤, 에리크 예르옌센 등 노르웨이, 덴마크 업체들이 강세를 보인다. 의자와 1, 2인용 소파를 주력 상품으로 하는 북유럽 가구는 지난해 폭풍 성장의 신화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3월에도 평균 500%대의 신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밀라노에서 나타난 원색 트렌드도 이미 국내 시장에 상륙해 있었다.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준 소파와 스탠드를 선보인 ‘리네로제’ 관계자는 “레드를 중심으로 한 원색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패턴물도 강세인데,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플라워 패턴에 이어 올해는 퀼트 모양으로 디자인한 패턴이 강세”라고 전했다.

‘펀(fun)’ 테마를 담아 생활에 활력을 넣어줄 만한 재밌는 소품도 눈길을 끌었다. 가구업체 ‘웰즈’는 사람이 달려가는 모습의 ‘노몬’ 시계와 토끼 모양의 ‘모이’ 스탠드, 사과와 토끼 모양인 ‘셀루티발레리’의 쿠션형 의자를 선보였다. 또 ‘리네로제’는 마치 독서실 책상처럼 위와 옆을 막은 돔형 책상을 내놓았다.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유명한 가구 브랜드 ‘허먼밀러’는 코발트블루, 레드오렌지, 옐로골드 등 상큼한 원색을 테마로 한 ‘임스 와이어 베이스 로 테이블’을 내놓았다. 미국의 유명 가구 디자이너 부부인 찰스 임스와 레이 임스 가운데 아내인 레이 임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선보인 제품이다.

도시인을 힐링하라

프랑스 트렌드 정보사 칼린 인터내셔널이 제시한 봄여름 인테리어 트렌드에 따르면 도시인의 마음을 달래줄 자연주의적 경향은 건축물과 생활소품 등 인테리어 전반에 걸쳐 드러난다.

자연을 도시 속 구조물에 녹여내기 위해 약간 낡은 듯한 느낌 또는 시골 느낌을 표현하는 것, 도시 거주자들에게 건강한 느낌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건축물 또는 가구 디자인에 가볍고 경쾌해 보이는 구조를 접목하는 것, 화려한 야자나무 등 이국의 정취가 담긴 화려한 식물 모티브를 적용하는 것 등이 이 회사가 제안한 리빙 트렌드다.

최근 올 봄여름 트렌드를 발표한 국내 가구업체도 이런 자연주의에 기반을 둔 제품을 선보였다. 공감과 위로, 소통과 정화, 융합과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사회적 테마가 인테리어 디자인에도 힐링이라는 콘셉트로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설명이다.

매년 두 차례 디자인 트렌드를 발표하는 리바트 디자인연구소는 최근 올해 키워드로 ‘내면의 치유’를 제시했다. 집은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지친 몸과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이자 치유의 장소여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해 마치 자연에서 삼림욕을 하는 것과 같은 ‘힐링 효과’를 가구에 접목했다는 설명이다.

리바트가 발표한 4대 디자인 테마에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트렌드를 선도하는 주요 국가가 내놓은 경향과 일맥상통하는 키워드가 담겨 있다. 이들은 △사용자 편의성을 중심으로 하는 단순 디자인의 가구, 노출 콘크리트, 벽돌, 철심, 가스관 등을 그대로 드러내는 콘셉트의 ‘레트로 모던’ △밝고 다양한 컬러와 패턴으로 지친 마음에 활기를 주는 ‘노르딕 내추럴’ △화려함과 로맨틱함으로 아름다움을 풍성하게 만끽하게 하고 회색 톤을 멋스럽게 활용한 ‘그레이시 로맨틱’ △손때 묻은 듯한 패치워크 등으로 장인정신을 담은 ‘빈티지 클래식’이다.

실제 제품 속에는 1인 가구 트렌드를 반영한 ‘다기능 소형 가구’를 제시했다. 소형 주택에 거주하는 1인 가구 및 신혼부부를 위해 리바트가 내놓은 드레스룸 ‘나무’는 장롱의 기능을 드레스룸으로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것으로 공간 활용도가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자연주의 트렌드를 반영해 자작나무와 유사한 느낌으로 표면을 처리한 것도 돋보인다. 또 사이즈가 작아 2인용처럼 느껴지는 3인용 소파 ‘러블리’ 역시 소형 주택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

아웃도어용 다기능 가구 ‘데니스 식탁’은 힐링 트렌드를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한 신제품이다. 펜션이나 캠핑지에서 볼 수 있던 가구들이 이제 집 안으로 들어오는 모양새라 신선한 느낌이다. 평소엔 등받이가 있는 2인용 벤치로 사용하다 등받이 한쪽과 의자 앞쪽을 잡아당기면 4인용 식탁으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형 가구. 아파트 발코니에 설치하면 남다른 낭만을 즐길 수 있을 듯했다.

컬러와 기술로 힐링

한샘은 흰색을 힐링의 소재로 활용했다. 2월 신혼가구 트렌드 발표회를 열고 새 트렌드를 선보인 이 업체는 위안을 주는 색상인 ‘화이트’를 신제품 가구들에 녹여냈다. 화이트 침실 가구 ‘루나 화이트’는 유럽풍 고급 가구에서 볼 수 있는 절제된 느낌의 모던 스타일 가구. 서랍장과 화장대 침대 옷장 등을 모두 통일감 있는 스타일로 디자인했다. 거실 공간을 위해서는 콤팩트 사이즈의 3인용 소파 ‘위더스 데코 패브릭 소파’를 선보였다. 흰색과 잘 어울리는 맑은 회색 톤으로 특수 가공을 해 쉽게 때가 타지 않게 했다.

작은 신혼집에 어울리는 수납공간을 위해 작은 방을 드레스룸으로 꾸미는 인테리어도 제안했다. 안방에 꽉 차게 넣는 10.5자 옷장을 7자 내외로 줄이는 대신 드레스룸 내에 ‘ㄷ’자의 수납공간을 마련하면 옷뿐 아니라 생활소품들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샘의 드레스룸용 가구 ‘알토’는 한국의 아파트 주거 구조에 맞게 천장 고정형이 아닌 프리스탠드 타입으로 시각적으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지난해 말 올 상반기 가구 트렌드 컬렉션을 선보인 에몬스 역시 가구 트렌드를 ‘에코 힐링’으로 규정했다. 흰색, 아이보리색, 회색, 갈색 등 부드러운 느낌의 컬러를 트렌드군으로 제안하고 카펫이나 벽지에 주로 쓰이는 기하학적 무늬, 체크 패턴 등을 과감히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메인 제품인 ‘자스민’ 침실세트는 현대적인 느낌과 클래식한 이미지를 동시에 낼 수 있도록 강화유리문을 채택하고 큐빅을 박은 손잡이를 적용했다. 장롱 내부에 공기 정화 및 탈취 효과를 내는 참숯을 내장하고 천연 옥과 황토로 마감한 자재를 써 공기 중에 유해한 물질과 세균을 제거하게 한 것도 ‘힐링’의 또 다른 표현인 듯하다.

또 다른 침실 세트 ‘에소니’는 전체적으로 밝은 색상에 가구 중간 부분에 나무 느낌이 물씬 풍기는 내추럴 오크를 넣고 여성스러운 패턴을 가미했다. 또 탈취와 자외선(UV) 살균 기능이 있어 아토피나 피부 질환 걱정을 덜어주는 ‘스타일 존’을 개발하고 장롱과 함께 구성해 구입할 수 있게 한 점도 돋보였다.

거실용 소파 ‘코모도’는 비행기 퍼스트클래스처럼 편안한 느낌을 테마로 했다. 등받이는 목 부분까지 받쳐줘 안락한 느낌을 더하고, 기대 누웠을 때 베개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는 팔걸이를 적용했다.

‘홈 스위트 홈.’ 내 집이 달콤한 휴식처가 되기를 바라는 현대인의 마음은 이처럼 가구 디자인 속으로 은밀히 파고들고 있다.

김현진 기자·밀라노=문권모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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