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머드볼’을 던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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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흙 발라 안미끄러지는 MLB 공인구의 비밀

메이저리그는 공인구에 ‘러빙 머드’라는 특별한 진흙을 발라 경기에서 쓰기 전에 이미 공이 흙색을 띠고 있다. 메이저리그 장비 관계자들은 아래 왼쪽 사진처럼 손에 진흙을 묻혀 공에 바른다. 이 제품은 오른쪽 아래 사진처럼 플라스틱 통에 담아 배달된다. 2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공인구가 미끄러워 적응에 애를 먹던 한국 대표팀 선수단도 이 진흙을 구해 훈련 때 썼다. 사진 출처 레나 블랙번 베이스볼 러빙 머드 홈페이지
메이저리그는 공인구에 ‘러빙 머드’라는 특별한 진흙을 발라 경기에서 쓰기 전에 이미 공이 흙색을 띠고 있다. 메이저리그 장비 관계자들은 아래 왼쪽 사진처럼 손에 진흙을 묻혀 공에 바른다. 이 제품은 오른쪽 아래 사진처럼 플라스틱 통에 담아 배달된다. 2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공인구가 미끄러워 적응에 애를 먹던 한국 대표팀 선수단도 이 진흙을 구해 훈련 때 썼다. 사진 출처 레나 블랙번 베이스볼 러빙 머드 홈페이지
‘코리안 몬스터’ LA 다저스 류현진(26)은 한국 프로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전혀 다른 공을 던진다. 몇 달 사이 새로운 구종을 익혔다는 얘기는 아니다. 메이저리그는 공인구도, 공인구를 처리하는 방식도 한국 프로야구와 달라 생긴 일이다.

한국과 달리 메이저리그는 경기 때 쓰는 모든 공에 진흙을 바른다. 그것도 ‘레나 블랙번 베이스볼 러빙 머드’라는 회사에서 만든 전용 진흙만 쓴다. 이 회사는 뉴저지 남부 델라웨어 강 근처에 있는 늪지대에서 진흙을 가져온다. 구체적인 장소는 비밀. 이 회사를 3대째 운영하고 있는 빈틀리프 집안만 정확한 위치를 알고 있다.

회사 대표 짐 빈틀리프 씨는 16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가끔 사람들이 진흙 캐내는 걸 목격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정원에 쓰려고 한다거나 벌에 물린 데 바른다고 둘러댄다”고 말했다.

야구공에 진흙을 바르는 건 투수 손에서 공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메이저리그 공식 규칙에도 “경기 전 심판은 공인구에 제대로 진흙을 발라(properly rubbed) 광택을 제거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한국에서는 공에 흙을 바르면 반칙이다.

야구공에 이물질을 바르기 시작한 건 불행한 사건 때문이다. 1920년 클리블랜드 유격수 레이 채프먼이 뉴욕 양키스 투수 칼 메이스의 손에서 빠진 야구공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당시 타자들은 “헬멧은 겁쟁이들이나 쓰는 것”이라며 헬멧을 쓰지 않고 경기에 나섰다. 따라서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는 투수 쪽에서 해법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담배 진액, 구두약 같은 걸 발랐다. 하지만 공이 너무 끈적거려 투수들의 불평이 컸다. 야구장에 깔린 흙을 쓰니 이번에는 흠집이 생겨 공이 제멋대로 날아갔다. 게다가 공에 일부러 흠집을 내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반칙 투구에 해당된다.

류현진
그때 레나 블랙번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 감독이 낚시터에서 아주 부드러운 진흙을 발견해 문제를 해결했다. 공에 흠집을 남기지도 않고 투수들이 공을 꼭 쥐기에도 좋았던 것. 효과가 알려지면서 진흙 좀 구해 달라는 문의가 각 팀에서 쇄도했다. 블랙번 감독은 친구였던 빈틀리프 씨의 외할아버지(존 하스)에게 사업을 맡겼다.

빈틀리프 씨는 “진흙을 파다 보면 밑으로 갈수록 모래가 섞여 나온다. 그래서 제일 부드러운 윗부분만 걷어내 쓴다”며 “이렇게 가져온 진흙을 와인처럼 숙성해 각 팀에 공급한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뿐 아니라 마이너리그 팀들도 이 진흙을 쓴다.

메이저리그 장비 담당자들은 보통 경기마다 야구공 11더즌(132개)에 진흙을 바른다. 소요 시간은 약 40분. 이때 자기 입에서 나온 침을 윤활유처럼 쓴다. 애틀랜타 팀의 장비 담당 크리스 반 잔트 씨는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파울볼을 서로 가지려고 다투는 팬들을 보면 ‘그건 내가 침 뱉은 공’이라며 혼자 웃는다”면서 “진흙 작업을 할 때는 침이 마르지 않게 늘 껌과 탄산음료를 곁에 둔다”고 말했다.

900g 진흙 한 통의 가격은 75달러(약 8만3700원)로 빈틀리프 가문이 진흙으로 벌어들이는 돈은 1년에 2만 달러(약 2229만 원)밖에 안 된다. 빈틀리프 씨는 인쇄소에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한다. 그는 “1938년부터 메이저리그의 모든 홈런과 삼진을 이 진흙이 함께했다. 이 진흙은 야구 역사와 전통의 상징”이라며 “딸에게도 꼭 사업을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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