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1급 사상 최대 90% 물갈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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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실장-감찰실장 軍-檢출신 수혈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16일 1급 실국장과 지부장을 무더기로 교체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규모 인사가 있었지만 예전보다 인사 폭이 훨씬 크다는 게 국정원 내부의 설명이다. 30여 명에 이르는 1급 가운데 본부 핵심 실국장과 주요 지부장을 비롯해 80∼90%가 교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국정원 안팎에서는 ‘원세훈 지우기’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 전 국정원장은 재임기간이 4년 1개월로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시절 김형욱 전 부장(6년 3개월) 이후 최장수 원장이다. 이 때문에 원 전 원장의 신임을 얻은 1급 중 상당수가 2, 3년간 보직을 유지하면서 인사적체에 따른 내부 불만이 상당했다고 한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이 아닌데도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이뤄진 이유다.

더욱이 지난해 대선 기간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터지는 등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의혹도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자 남 원장은 인사 쇄신을 통해 내부 불만을 잠재우고 국정원 혁신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남 원장이 이번 인선 기준으로 ‘탈(脫)정치, 능력 위주’ 발탁을 내세운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남 원장은 이에 앞서 차장별 업무 분장을 기능별로 대폭 조정하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그러면서도 남 원장은 국정원 내부 인사를 담당하는 총무실장에 해병대 준장 출신의 A 씨를, 감찰실장에 검사 출신의 B 씨를 수혈해 내부개혁 의지를 다지고 있다. 총무실장과 감찰실장을 외부인사가 맡은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다. 인사와 감찰이란 양날의 칼을 외부인사에 맡긴 데 대해 국정원 내부의 불만이 적지 않다는 말도 들린다. 차관급인 기획조정실장에 국정원 공채 출신인 이헌수 전 국정원 강원지부장을 발탁한 것은 이런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육군참모총장 출신인 남 원장은 A 씨 외에도 국방 업무를 보좌하는 국방보좌관에 대령 출신 C 씨, 원장 특보에 대령 출신 D 씨 등 오랫동안 자신과 호흡을 맞춰온 군 출신 6, 7명을 지근거리에 포진시켰다고 한다. 남 원장이 국정원을 대북정보 수집 및 분석 능력 강화에 맞춰 대대적으로 개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이유다. 남 원장은 취임사에서 “나는 전사가 될 각오가 돼있다. 여러분도 전사로서의 각오를 다져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국정원#남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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