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창조경제의 심장이 힘차게 뛰게 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7일 03시 00분


가수 싸이의 신곡 ‘젠틀맨’이 공개 나흘 만에 아이튠스 세계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도 13일 공개 첫날 조회수가 1890만 건으로 첫날 조회수 기준으로 신기록을 작성했다. 싸이처럼 문화와 산업, 과학기술과 산업이 만나는 곳에서 과감한 도전에 나서는 한국의 젊은 인재들이 많아져야 이른바 창조경제의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다.

한국 창조경제의 역량은 객관적 수치로 볼 때 글로벌 수준에 비해 떨어진다. 동아일보와 베인앤컴퍼니코리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등 35개국을 대상으로 창조경제 지수를 평가한 결과 한국은 25위에 그쳤다. 미국(1위) 캐나다(2위)와 같은 선진국은 물론이고 남의 아이디어를 모방하는 추격형 경제의 대명사로 알려진 중국(22위)보다도 순위가 낮은 것은 충격적이다.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과 사업화, 성공 사례 배출이 이어지는 선(善)순환의 기업 생태계가 끊어진 탓이 크다.

한국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능력은 중위권이었지만 새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역량은 꼴찌 수준이었다. 한국 학생들은 공부는 잘하지만 창조성의 필수 요소인 자기표현과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미국 부모들은 10명 중 7명이 ‘아이가 고생하더라도 창업했으면 한다’고 답했지만 한국 부모들은 절반 이상이 ‘대기업에 취업하길 바란다’고 응답할 정도로 도전에 인색한 사회 분위기도 걸림돌이다. 젊은이 특유의 도전정신을 약화시키는 교육시스템과 사회문화 의식, 제도 안에 들어 있는 ‘손톱 밑 가시’가 무엇인지 찾아내 뽑아내는 것이 창조경제의 첫걸음이 되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지금처럼 선진국 뒤를 따라가는 제조업 중심의 ‘추격형 경제’로는 승산이 없다. 성장률이 2%대로 주저앉아 기존 파이를 나눠먹기에도 급급하다. 이성용 베인앤컴퍼니코리아 대표는 “박세리가 나온 이후 ‘세리 키즈’들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지배하고 있듯이 훌륭한 기업이 나오면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하는데도 한국은 이런 시스템이 없다”고 말했다. 뼈아픈 지적이다. 싸이 같은 도전자들이 산업의 각 영역에서 쏟아져 나오도록 기업가 정신을 북돋워주고 창업을 지원하는 사회가 되어야 창조경제의 심장이 힘차게 뛸 수 있다.
#창조경제#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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