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항소심서 1년 감형돼 3년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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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51억… 구속집행정지는 유지
“경영상 성공한 구조조정이더라도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어”
법원, 칸트의 말 인용해 유죄 선고

회사에 수천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해 8월 법정 구속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형량은 1심보다 1년 감형된 징역 3년, 벌금 51억 원이었다. 다만 건강 상태를 고려해 다음 달 7일까지 예정된 구속집행정지 기간은 유지하기로 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윤성원)는 15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김 회장은 한화그룹의 실질적 경영자로서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훼손하는 범행을 저질러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감형 이유에 대해서는 “한화그룹 계열사가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기 위해 사고판 부동산과 주식 가격을 다시 감정·평가한 결과, 계열사 손해액은 1797억 원으로 1심(3024억 원)에 비해 1100억 원 가까이 줄었다”며 “피해액 변제를 위해 김 회장이 개인 재산으로 피해액의 3분의 2에 이르는 1186억 원을 공탁한 점과 개인적 치부를 위한 전형적인 배임이 아닌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그룹 전체의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해 부실 계열사에 부당 지원한 혐의와 관련해서는 판단이 달라졌다. 1심 재판부는 ‘계열사가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았다’고 보고 무죄 판결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미 배임죄가 성립된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계열사들의 손해가 변제됐다’며 유죄로 봤다. 재판부는 “배임죄의 무리한 확대 적용을 경계하는 최근 논의를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적법한 절차와 수단을 갖추지 못한 피고인의 범행은 사안을 달리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부실 계열사를 다른 계열사가 인수하게 한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부실 계열사와 우량회사를 함께 인수하게 해 거래 자체로 인해 발생한 손해가 없었고 절차적 위법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주문을 모두 읽은 후 독일 철학자 칸트의 경구를 인용해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듯 구조조정이 성공했다고 해도 이미 발생한 불법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속집행정지가 유지되면서 김 회장은 서울남부구치소로 돌아가지 않고 법원이 거주지로 제한한 서울 종로구 가회동 주택과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병원만 오갈 수 있다. 병원 치료를 이유로 1월 8일부터 약 4개월 동안 구속집행이 정지된 기간은 김 회장의 징역형 구금 일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8월 16일 구속된 뒤 복역한 약 5개월만 2심 선고 형량인 징역 3년형에 포함된다. 김 회장이 상고하면 구속집행정지 연장 여부는 상급 법원인 대법원이 판단한다.

이날 한화그룹은 “판결을 존중하지만 그룹의 입장이 반영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배임죄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경석·이서현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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