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소女’ 모시고 반칙운전… ‘콜뛰기’ 강남 유흥가 누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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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유흥가에서 한 여성이 ‘콜뛰기’ 차에 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지난달 20일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유흥가에서 한 여성이 ‘콜뛰기’ 차에 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제공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피스텔에 사는 유흥업소 여종업원 S 씨는 출근할 준비가 끝나는 오후 6시경이면 단골 ‘콜뛰기’ 업체 운전사에게 연락한다. “빨리 와 달라”고 한마디만 하면 운전사는 검은색 오피러스 승용차를 몰고 중앙선 침범, 신호위반, 인도 위 주행도 마다하지 않으며 쏜살같이 집 앞에 도착한다.

이미 골목에는 비슷한 연락을 받고 온 에쿠스 체어맨 벤츠 등 국내외 고급차량이 즐비하다. 운전사는 S 씨를 태워 그가 일하는 강남 지역 유흥업소로 출근시키고 ‘강남 기본요금’인 1만 원을 받는다. S 씨는 새벽까지 일하다 급하게 다른 업소로 이동할 때도 콜뛰기를 부른다. 뒷좌석 팔 받침대에 서비스로 꽂혀 있는 외제 담배를 피울 수도 있다. 옷매무새를 살피다 스타킹 올이 나간 걸 발견하면 운전사가 트렁크에 보관 중이던 스타킹 하나를 서비스로 즉시 건넨다. 팁으로 2000원만 얹어주면 된다.

강남구 삼성동에 사는 주부 서모 씨(49)는 학원이 끝난 후 자녀를 데려올 때 콜뛰기를 이용한다. 시간과 장소를 말해주면 외제 승용차에 자녀를 태워 데려오니 마치 개인 운전사를 둔 느낌이다. 역삼동에 사는 또 다른 주부 김모 씨(37)는 “최신곡을 들으며 깔끔한 가죽시트에 앉아 비치된 생수를 마시며 길을 달리다 보면 어느새 ‘사장님 사모님’이 부럽지 않다”며 콜뛰기 예찬론을 폈다. 하지만 그 차를 운전하는 운전사가 상습폭력범이나 성매매 알선 전과가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성행하는 일명 ‘콜뛰기’ 업체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15일 서울지방경찰청은 2010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주로 강남 유흥업소 여종업원 등을 대상으로 불법 택시 영업을 해온 불법업체 5곳의 대표와 운전사 등 60명을 검거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중 ‘짜루콜’ 대표 박모 씨(43)를 구속하고 차량 3대를 압수했다. 콜뛰기 관련자를 구속하고 차를 압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콜뛰기는 불법 택시영업을 일컫는 속어로, 전화(콜)를 걸면 대기하고 있다는 뜻의 ‘콜 대기’에서 유래했다. 과거 ‘나라시’로 불리던 싸구려 자가용 택시 영업이 고급화한 형태다.

이들은 택시 영업에 필요한 면허 없이 불법으로 강남권 1만 원, 그 외 서울지역은 3만∼5만 원, 수도권은 10여만 원을 받으며 3년간 약 23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된 박 씨는 4억 원, 다른 업체 대표 4명은 총 3억4000만 원, 운전사 55명은 총 15억6000만 원을 챙겼다. 이들이 쓴 차량은 렌터카나 소유주가 불분명한 대포차였다. 렌터카 비용과 유지비 등을 제외하고 대표는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 중간 관리자는 500만∼700만 원, 운전사는 200만∼400만 원을 벌었다고 한다.

이들 차는 비영업용 차량을 영업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사고가 나도 승객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운전사의 자질도 문제다. 적발된 60명 중 45명이 전과자였다. 강도·폭력 전과자가 13명이고 성매매 알선은 6명이었다. 강간 전과자도 있었다. 전과 경력 때문에 이 같은 불법 업체에 취업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지만 승객 처지에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단속은 쉽지 않았다. 콜뛰기를 적발하더라도 운전자와 손님이 원래부터 아는 사이였다고 우겨 단속망을 빠져나갔다. 단속되더라도 300만∼1000만 원의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요금을 현금으로만 받았다. 또 유흥업소와 미용실 등에 명함을 뿌리며 고급차와 편리함을 원하는 단골 고객을 확보했다. 콜뛰기를 8년째 운영한 이모 씨(44)는 “최근 손님 중 10∼30%는 유흥업소 종업원이 아닌 일반 고객”이라고 밝혔다.

전체 콜뛰기 업체는 20여 곳에 차량 1000여 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필리핀 등으로 달아나거나 잠적한 나머지 조직원 30여 명을 추적하는 등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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