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 사커에세이] 최용수의 우승 후유증 2년 전 초심 되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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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6일 07시 00분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14일 열린 수원삼성과 슈퍼매치에서 그라운드를 응시하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수원|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FC서울 최용수 감독이 14일 열린 수원삼성과 슈퍼매치에서 그라운드를 응시하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수원|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2년 전 이맘때다. FC서울의 4월은 잔인했다. 황보관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전격 사퇴했다. 당시 광주FC와 경기에서 패하면서 14위로 추락하자 스스로 물러났다. 지휘봉을 잡은 지 고작 118일 만의 일이었다. 1승3무3패의 초라한 성적. 2010시즌 우승팀의 당당함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우승 후유증’이라고 했다.

2년이 흐른 올 해 4월, 서울은 비슷한 처지다. 또 우승 후유증이다. 지난 시즌 단 한번의 연패도 없이 정상에 오른 서울이지만 그런 위용은 온데 간 데 없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5라운드까지 3무2패. 바닥을 헤매는 모습이 2년 전과 닮았다. 14일 수원삼성과 치른 시즌 첫 슈퍼매치(6라운드). 이날 승리를 통해 반전을 모색했지만 징크스는 징글징글했다. 상대가 한명이 퇴장한 가운데 1-0의 승리가 굳어지려는 순간, 승리의 여신은 서울을 외면했다. 1-1 무승부. 서울은 최근 수원전 9경기 무승(2무7패)이다. 6라운드까지 단 1승도 없다. 4무2패로 14개 팀 중 12위. 점점 더 수렁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우승 후유증이 심해도 너무 심한 것 같다.

전문가들 사이에 몇 가지 원인 분석이 나온다. 상대팀이 디펜딩 챔피언을 향해 집중 견제하는 것이 한 원인이다. 전력이 노출된 서울을 잡기 위해 상대는 치밀한 전술을 구사한다. 선수들의 약화된 동기부여도 지적된다. 이미 정상에 선 선수들은 방심할 가능성이 높고, 자만 속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일함이 자리 잡을 수 있다. 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면서 생긴 체력 부담도 한몫한다.

또 다른 원인은 없을까. 두 달 전으로 거슬러 가보자. 시즌 개막 전 스포츠동아는 K리그 클래식 감독을 대상으로 시즌 판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서울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됐다. 지난 시즌 멤버 그대로인데다 조직력이 좋아졌다는 게 강점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멤버를 그대로 유지한 게 오히려 독이었다. 안양LG(FC서울 전신) 지휘봉을 잡고 2000년 우승을 경험했던 조광래 전 감독의 진단은 새겨 들을만하다.

“우승 팀 서울은 기본적으로 작년보다 두 배의 전력을 갖췄어야 했다. 선수 영입 등 준비가 부족했던 것 같다. 선수들도 게임에 임하는 자세가 작년보다 두 배 강해야 한다. 수비수 뿐 아니라 전 포지션 선수들이 수비할 때 그런 의지를 갖고 게임운영을 해야만 작년에 했던 능력이 나온다.”

현상 유지한 걸 두고 한쪽은 전력 안정과 조직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바라본 반면 조 감독은 두 배의 투자를 하지 못한 것이 패착이라고 했다. 축구 선진국에서는 우승 클럽이 챔피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선수를 영입하거나 물갈이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 우승 멤버 그대로 올 시즌도 우승할 수 있다는 건 자만에 가깝다.

시즌은 흘러가고 있다. 되돌릴 수도 없다. 딱히 비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는 감독과 선수, 프런트가 똘똘 뭉치는 수밖에 없다. ‘개인’이 아닌 ‘팀’이 우선되어야 한다.

2년 전 황보관 감독이 물러난 뒤 최용수 코치가 곧바로 지휘봉을 잡았다. 감독대행으로서 어려운 팀을 빠른 시간 내에 추스르며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 때를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 최 감독은 평소 ‘초심’이라는 단어를 애용한다. 자만하지 않겠다는 솔직한 마음이다. 일기를 썼다면 2년 전 일기장을 들춰보고, 그렇지 않다면 당시 신문 스크랩이라도 펼쳐보길 바란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려움에 처한 팀을 구했는지 그 속에 해답이 있지 않을까.

스포츠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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