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技士 인력 늘리지 않으면 日 해운사처럼 경쟁력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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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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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선박 11배 급증할 때 인력은 2배↑
이윤재 선주협회장 “해사大 정원 늘려야”

해운업계가 해기사(海技士) 인력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해양대 내 해사대학의 정원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한진해운 등 해운사들이 가입해 있는 한국선주협회와 한국해기사협회, 한국해양대, 목포해양대, 해운사 노조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 등은 1일 ‘해양전문인력 양성 확대를 위한 추진협의회’를 발족했다. 협의회는 다음 달 국회에서 정책세미나를 여는 한편 해양수산부, 교육부 등 관련 부처에 해사대학 정원을 늘려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이처럼 해운업계와 학계, 노조 등이 해사대학 정원 확대를 위한 행동에 나선 것은 현재 국내 해기사 인력 규모는 1000척이 넘는 국내 외항상선을 운영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해기사는 선박의 운항을 담당하는 항해사와 선박기관을 다루는 기관사를 말한다.

○해기사 인력 태부족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해운업체가 보유한 외항상선(국외로 운항하는 배)의 수는 1970년 96척에서 지난해 1045척으로 11배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의 해사대학 정원은 320명에서 750명으로 약 2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1980, 90년대에는 정원이 800명 수준으로 늘어나기도 했으나 정부의 국공립대 정원 축소 정책에 밀려 2008년부터 750명으로 줄었다.

국내에서 배출되는 해기사가 부족한 탓에 해운업체들은 외국인 해기사를 고용해 일을 맡기고 있다. 2006년 246명이었던 외국인 해기사는 지난해 말 1624명으로 6.6배로 늘었다. 국내 전체 해기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현재 19.5%에 이르렀다.

국내 해운업계는 현재의 상황이 계속되면 일본처럼 국내 해운사들의 경쟁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본 선사들은 과거 임금이 낮다는 이유로 외국인 채용을 무분별하게 늘렸고 장기적으로 핵심인력이 줄어들면서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 일본 해운업계의 내국인 인력은 1970년대 5만 명 수준에서 현재 2400명으로 줄었다.

○“인재풀을 키워야 경쟁력도 커져”

해사대학의 정원 확대는 해운업계를 넘어서 조선, 선박금융업계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해기사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해기사들은 해운업체 외에도 조선소, 해사금융기관, 정부 부처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재 한국선주협회장은 “소프트웨어(인재풀)를 함께 키워야 하드웨어(해운업체의 규모)가 더 성장할 수 있다”며 정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이 회장은 “해기사 인재들은 조선업계의 차세대 먹을거리로 주목받는 해양플랜트 사업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양대 정원 확대를 담당하는 교육부는 현재의 국공립대 정원 축소 기조에서 해양대만 예외를 인정할 수는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정원 축소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해양대의 경우 비(非)해사대학의 정원을 줄이고 그 대신 해사대학의 인원을 늘리는 자구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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