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기업 총수 이사 재선임 제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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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동안 12차례나 무더기 반대표 행사
朴정부 연기금 의결권 강화 발맞춰

국민연금이 올해 열린 주주총회에서 대기업 총수의 계열사 이사 재선임안에 무더기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연기금의 의결권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발을 맞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공시한 의결권 행사명세 자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열린 주총에서 총 12차례에 걸쳐 재벌 총수들의 이사 재선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현대모비스와 SK C&C 정기 주총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며 이사 재선임을 반대했다. 나머지 10건은 대기업 총수들이 지나치게 많은 계열사 이사직을 동시에 맡는다며 ‘과도한 겸임’을 문제 삼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등이 대상이다.

국민연금이 참석한 주총에서 다룬 안건은 총 2084건으로 이 중 12.5%인 260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안건별 반대율은 정관 변경이 36.9%로 가장 높았고, 이사 선임(26.3%), 감사 선임(25.9%), 감사위원 선임(16.2%) 등이 뒤를 이었다.

국민연금의 주총 안건 반대율은 지난해 18.4%보다는 5.9%포인트 낮은 비율이지만 2008년 5.4%, 2009년 6.6%, 2010년 8.1%, 2011년 7.0% 등 예년보다는 크게 높아진 수준이다. 국민연금 측은 “지난해는 상법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이사들의 책임을 줄이려는 정관개정안이 많아 반대율이 높았다”며 “올해는 그런 이례적인 상황이 없었던 만큼 사실상 반대표 행사비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 확립 차원에서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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