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꿈을 만나다]영화 ‘파파로티’ 실제 주인공 김호중 씨·‘화이트해커’ 조주봉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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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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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파로티’의 실제 주인공인 테너 김호중 씨(가운데)를 충남 서천여고 2학년 신은혜 양(왼쪽)과 서울 명지고 1학년 김홍진 양이 최근 만났다.
영화 ‘파파로티’의 실제 주인공인 테너 김호중 씨(가운데)를 충남 서천여고 2학년 신은혜 양(왼쪽)과 서울 명지고 1학년 김홍진 양이 최근 만났다.
■ 테너 김호중 씨와 신은혜-김홍진 양

“사람답게 살고 싶은 소망에 성악가 결심했죠”


테너 김호중 씨(22)는 성악에 타고난 재능이 있지만 잦은 결석과 폭력으로 ‘문제아’로 찍힌 고교생이었다. 한때 새까만 양복바지에 셔츠를 입고 누런 금목걸이를 두르고 깍듯이 ‘형님 인사’를 건넸던 김 씨.

하지만 그의 노랫소리는 겉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우락부락한 모습 속에 숨겨진 성악 실력에 놀란 서수용 경북 김천예고 교사(53)는 김 씨를 제자로 받아들였고, 김 씨는 세계를 누비며 공연하는 테너로 성장했다.

최근 이들의 실화를 담은 영화 ‘파파로티’가 관객의 뜨거운 사랑을 받기도 했다. 충남 서천여고 2학년 신은혜 양과 서울 명지고 1학년 김홍진 양이 ‘신나는 공부’의 도움을 받아 영화 속 주인공 ‘이장호’(이제훈)의 실제 인물인 김 씨를 최근 만났다. 김 씨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그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파바로티’와의 짜릿한 첫 만남


“쌤. 제가 과연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요?” 영화처럼 김 씨는 ‘사람답게 살 수 있을지’ 서 교사에게 묻고 또 물었다. 선생님을 만나기 전, 그의 삶은 어땠을까?

초등 시절부터 친구와 많이 싸웠다. 초등 3학년 때 부모님의 이혼으로 다른 학생들에 비해 풍족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던 김 씨는 내성적인 학생이었다.

“좋은 운동화도 못 신고, 주말마다 가족과 놀러갈 수도 없고…. 놀림 받을 때 할 수 있는 건 친구들을 괴롭히는 일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김 씨)

운동부 선수가 되면 1년 내내 트레이닝복을 입어도 친구들의 놀림감이 안 된다는 생각에 축구를 시작했다. 그때도 음악 듣기는 그의 유일한 취미였다.

중3 때 음반매장에서 우연히 “지저분한 수염에 머리도 벗어지고 얼굴도 퉁퉁한 외국인”의 샘플 앨범을 듣게 된다. ‘퉁퉁한 외국인’은 세계적인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 그때 들었던 노래는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 ‘네순 도르마’였다. 처음 들어보는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사운드에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김 씨는 이렇게 성악과 처음 만났다.

‘문제아’에서 ‘성악천재’로

음악에 흠뻑 빠진 김 씨는 교회에서 성악을 배워 반년 만에 한 예술고 입학시험에 합격했다. 그는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다.

“첫 예고 생활은 어땠나요?”(김 양)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다른 학생들은 이미 같은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는 사이였고, 같은 예중을 졸업한 학생들의 커뮤니티도 형성돼 있었다. 김 씨는 입학 후 몇 개월 동안 말없이 혼자 있었다.

“한번은 성악을 정말 배우고 싶어 부족하지만 아르바이트한 돈을 가지고 음대 교수님을 찾아갔어요. 하지만 거절당했죠. 청강이라도 하고 싶어 요청했는데 그조차도 거절당했어요. ‘역시 돈 없으면 음악은 못 하겠다’고 생각하며 단념했죠.”(김 씨)

김 씨는 방황하다 영화에서처럼 ‘조직’에 발을 들이게 된다. 학교생활에 소홀해져 퇴학될 위기에까지 놓였을 때, 다니던 학교 음악교사의 추천으로 그는 서 교사를 만나게 된다. 김 씨의 노래를 들은 서 교사는 단번에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김천예고로 전학시켜 성악을 가르쳤다.

김 씨는 빠르게 성장했다. 2008년 국내 유명 음악대회인 ‘세종음악콩쿠르’에서 지방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1등을 차지했고 이후 각종 대회의 우승을 휩쓸었다.

하루에 딱 1시간만 관심 있는 일 해보세요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른 채 방황하는 고교생들이 많아요.”(신 양)

“관심 있는 일을 첫째 날엔 딱 1시간만 해보세요. 다음 날은 1시간 20분 동안. 이렇게 시간을 늘려가면서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거예요. 전 하루에 12시간 넘게 음악과 함께해요. 화장실 갈 때, 텔레비전을 볼 때도 항상 이어폰을 꽂고 있어요. 이런 시간을 늘리다 보면 자신이 잘하고, 하고 싶은 일을 알게 돼요.”(김 씨)

고교 졸업 후 한양대 성악과에 장학생으로 입학했다가 독일로 건너가 ‘RUTC 아카데미’에서 성악을 배웠다. ‘K팝클래식’ 가수로 최근 돌아온 김 씨는 지난달 ‘나의 사람아’를 타이틀곡으로 한 앨범을 발매했다.

김 씨는 “할 수 있다고 믿으면 꿈은 꼭 이루어진다”면서 “누구나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치료받는 ‘음악치료 학교’를 세우는 것이 꿈”이라며 미소 지었다.

글·사진 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
서울 강남구 ‘라온 화이트햇 센터’에서 화이트해커 조주봉 씨(가운데)를 만난 경기 석천초 4학년 박시우 군(왼쪽)과 서울 반포초 5학년 김수민 양.
서울 강남구 ‘라온 화이트햇 센터’에서 화이트해커 조주봉 씨(가운데)를 만난 경기 석천초 4학년 박시우 군(왼쪽)과 서울 반포초 5학년 김수민 양.
■ 화이트해커 조주봉 씨와 김수민 양-박시우 군

“목적에 따라 영웅도 범죄자도 될 수 있죠”


공공기관·시설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공격(해킹)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해커들의 공격으로 국내 주요 방송사와 금융회사 6곳의 전산망이 일제히 마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부와 민간의 사이버보안전문가로 구성된 합동대응팀은 그동안 이 사이버테러 관련 접속기록과 악성코드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해킹에 사용된 인터넷프로토콜(IP·인터넷 주소)이 북한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최근 밝혔다.

앞으로 일어날 대규모 사이버공격을 대비할 ‘화이트해커(white hacker)’를 국가가 나서서 길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화이트해커란 개인적인 목적으로 인터넷 시스템의 정보를 빼내는 나쁜 해커와 달리, 서버의 약점을 연구해 해킹을 막는 전략을 세우는 정보보안 전문가.

화이트해커는 어떻게 나쁜 해커들의 공격을 막아낼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최근 서울 서초구 반포초 5학년 김수민 양과 경기 부천시 석천초 4학년 박시우 군이 보안전문가를 길러내는 교육기관인 서울 강남구 ‘라온 화이트햇 센터’를 찾아 화이트해커 조주봉 씨(33)를 만났다.

프로그램의 취약점을 찾아서

“해커가 원래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조 씨는 학생들에게 ‘해커’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해커는 본래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는 전문가를 가리키는 말이었어요. 하지만 점차 다른 이의 정보를 빼내 이익을 취하거나 파일을 망가뜨리는 나쁜 목적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면서 ‘해커’라는 말 자체가 나쁜 의미로 변해버렸어요. 이런 나쁜 해커를 착한 화이트해커와 구분해 ‘블랙해커’라고 부르기도 해요.”(조 씨)

친구들 사이에서 ‘컴퓨터 박사’로 통한다는 박 군이 “화이트해커들은 블랙해커들의 해킹을 어떻게 미리 막을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사람이 만들었기 때문에 취약점이 있기 마련. 화이트해커는 ‘내가 만약 블랙해커라면 이 프로그램의 어떤 부분을 공격할지’를 예상하고, 이를 보완할 방법을 연구한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사람의 심리를 꿰뚫고 있어야 해요. ‘이 프로그램을 왜 만들었을까? 어떻게 움직이게 만들었을까?’ 생각하며 프로그램을 분석하다 보면 결국 ‘이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알아내지요. 그러므로 화이트해커는 프로그램 개발자와 서버 관리자로 활동한 경험이 두루 있어야 합니다.”(조 씨)

수학 영어는 컴퓨터 다루는 기본

컴퓨터에 대한 관심이 많은 김 양은 “어떻게 화이트해커가 될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조 씨는 “컴퓨터만 잘한다고 화이트해커가 될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면서 “논리력과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수학과 컴퓨터 용어의 기본이 되는 영어를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등생 때 컴퓨터를 처음 접한 조 씨는 점차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고, 관련 서적을 두루 읽으며 지식을 쌓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다양한 해킹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며 관련 분야로 진출하게 됐다.

조 씨는 “거의 모든 기관 및 기업에서 사이버보안전문가는 꼭 필요하기 때문에 화이트해커가 되면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면서 “시험을 쳐서 경찰이 되려면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 하지만 화이트해커가 되면 ‘사이버테러대응센터’ 등에 보안전문가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화이트해커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 씨는 “나쁜 해킹은 돈을 훔치는 것과 같은 범죄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총도 잘 사용하면 몸을 지키는 도구로 사용되지만, 나쁘게 사용하면 다른 이의 목숨을 빼앗는 무기가 되잖아요? 해킹도 마찬가지예요. 해킹을 나쁜 목적으로 사용하면 범죄자가 되지만, 바른 목적으로 사용하면 총칼 없는 사이버전쟁에서 나라를 지키는 영웅이 될 수도 있답니다.”(조 씨)

글·사진 정민아 기자 m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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