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입학사정관제, 바로 알자!]입학사정관을 배려하는 자기소개서 쓰기가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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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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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 학교생활충실자전형-영어학부 13학번 권수진 씨

경희대 입학사정관전형인 학교생활충실자전형으로 영어학부 13학번이 된 권수진 씨. 권 씨는 자기소개서 학업계획 항목에 지원학과에 대한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써서 입학사정관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경희대 입학사정관전형인 학교생활충실자전형으로 영어학부 13학번이 된 권수진 씨. 권 씨는 자기소개서 학업계획 항목에 지원학과에 대한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써서 입학사정관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 ‘신나는 공부’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국내 20개 주요 대학 입학처와 함께 ‘입학사정관제 바로알자’ 캠페인을 지난주부터 연재하고 있습니다.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 학부모와 일선 교사에게 대입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번 캠페인에는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국민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아주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양대 한국외국어대 홍익대 KAIST 등 총 20개 대학이 참여합니다.

오늘은 경희대, 서강대, 성균관대 입학사정관전형을 통해 합격한 학생과 해당 대학 입학 담당자의 인터뷰가 C2∼C4면에 소개됩니다. 》

‘생각’과 ‘준비’. 경희대 영어학부 13학번 권수진 씨(19·창원 중앙여고 졸)의 합격 비결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권 씨는 경희대 입학사정관전형 중 하나인 ‘학교생활충실자전형’으로 합격했다. 이 전형은 1단계에서 학교생활기록부 교과성적 100%를 반영해 모집정원의 4배수를 선발한 뒤 학교생활기록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활동자료 및 실적물 등을 바탕으로 2단계 서류평가를 진행한다. 지난해 전체 경쟁률은 7.58 대 1. 권 씨가 지원한 영어학부는 8.8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전형은 면접을 실시하지 않으므로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된다. 입학사정관에게 자신의 진면목을 알릴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권 씨는 자기소개서에 어떤 내용들을 효과적으로 녹여냈는지 살펴본다.

문항별 작성 분량 많은 경희대, 나열식 작성은 금물

경희대는 자기소개서 문항에 따라 1000∼1500자 이내로 작성할 것을 요구한다. 다른 대학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분량을 요구하는 것. 자칫하면 분량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에 ‘나열식 글쓰기’가 되기 쉽다.

지원자의 환경과 성장과정을 묻는 문항도 마찬가지. 권 씨는 문항이 요구하는 가족, 학교, 지역, 국가 중 가족에 초점을 맞춰 2가지 사례로 자기소개서를 구성했다.

하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맞벌이를 하는 부모를 도와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을 돌봤던 이야기. 이 과정에서 생겨난 책임감이 자기주도적 학습습관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른 하나는 성실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의 영향을 받아 자신도 부지런한 생활자세를 가질 수 있었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과 칭찬을 받은 계기가 됐다고 정리했다.

학과(부) 지원 동기와 입학 후 학업(진로)계획을 작성하는 문항도 나열식 글쓰기가 되기 쉽다. ‘이런저런 과목을 공부한 다음 졸업하면 무엇을 하겠다’는 형식으로 내용을 담는 것. 하지만 학과(부) 자체가 공부의 목적은 아니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먼저 설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한 수단 차원에서 학과 공부계획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권 씨는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일하고자 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영어학부를 선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입학 후에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편으로 해외봉사단 활동과 ‘UNEP ANGEL’이라는 대학생연합 환경동아리 활동을 해나갈 것이란 계획으로 풀어냈다.

질문 이해하고, 입학사정관 배려하는 글쓰기 필요

입학사정관의 눈길을 끌기 위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위해선 먼저 질문이 요구하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입학사정관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담아야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질문을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권 씨는 자기소개서 질문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반복해서 읽었다. 자신이 지원하는 전형의 입시요강도 꼼꼼하게 살폈다.

“경희대는 전형별로 자기소개서에서 어떤 내용을 중점적으로 평가하는지 그 내용과 방법이 나와 있어요. 이 두 가지를 구체적으로 비교하다 보니 입학사정관이 원하는 방향성을 갖고 제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담을 수 있었어요.”(권 씨)

입학사정관 한 명이 검토하는 자기소개서는 한두 장이 아니다. 많은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검토하기 때문에 그만큼 입학사정관을 배려하는 글쓰기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권 씨는 두괄식 글쓰기와 드라마 기법을 적용했다. 드라마 기법은 글을 읽으면서 그 장면을 상상할 수 있게끔 쓰는 글쓰기.

“핵심주제를 앞에 던져두면 자신이 글을 쓸 때 방향성이 뚜렷해지는 장점이 있어요. 저는 ‘아이고, 가방이 이렇게나 무거워?’ ‘공부하기 힘들지?’와 같이 대화체 문장을 넣었어요. 상황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면서 부드러운 느낌을 줄 수 있어 자기를 차별화할 수 있었어요.”

▼ 박진만 경희대 입학사정관 “하나의 활동에서 느낀 점을 다른 활동과 연결해보세요” ▼


경희대 ‘학교생활충실자전형’은 면접을 실시하지 않는다. 자기소개서는 수험생과 입학사정관이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셈. 입학사정관은 권수진 씨의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평가했을까. 박진만 경희대 입학사정관이 밝히는 주목받는 자기소개서 쓰는 법에 귀 기울여 보자.

[포인트1] 1, 2개 사례로 구체적으로 쓰라


<부모님의 맞벌이가 저를 더 강하게 만들었고 ‘책임감’과 ‘자신감’을 기르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열 살 때부터 맞벌이를 시작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네 살 어린 여동생을 주로 챙기게 되었습니다. (중략) 그렇게 동생을 챙기면서 장녀로서의 책임감이 자연스럽게생겼습니다. 그런 책임감은 제 공부를 스스로 해나가는 데 바탕이 되었습니다. (하략)>

경희대 입학사정관들이 ‘지원자의 환경이 성장과정에 미친 영향’ 문항에서 주의 깊게 보는 사항은 남을 배려할 수 있는 공동체 정신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 실제로 경희대는 창학 정신 중 하나로 ‘건설적인 협동’을 강조한다. 따라서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실적을 나열하기보다는 1, 2개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 사정관은 “권 씨는 가족에 초점을 맞췄는데, 부모님의 맞벌이로 동생을 돌보게 된 경험이 자신의 책임감을 키우게 했고 이는 자기주도적 학습습관을 가져다주는 계기가 됐다고 풀어냈다”면서 “경희대 자기소개서는 문항별로 요구 내용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은 여러 활동이나 경험이 어떤 과정을 통해 나를 성장시켰는지를 담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인트2] 활동과 활동을 연결하라

<실제로 저희 반은 청소시간에 노는 사람 없이 다 같이 집중하여 빨리 청소를 끝내고 자유시간을 가지는 반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리고 청소시간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교실에 떨어진 휴지를 각자 줍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1년 내내 깨끗한 교실을 유지했습니다.>

박 사정관은 “권 씨의 자기소개서는 ‘그 활동을 통해 느낀 점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년 내내 깨끗한 교실을 유지했다’라는 표현은 ‘1년 내내 깨끗한 교실을 유지했는데 이를 통해 솔선수범 리더십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는 방식으로 풀었으면 질문의 취지에 좀더 부합하는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었다는 것.

지원 학과(부)에 진학하기 위해 기울인 학업적 노력에 대해선 꼼꼼히 소개했지만 이를 리더십, 봉사, 동아리, 연구, 취미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이어주지는 못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포인트3] 실현가능한 구체적 목표 담아야

<제 꿈은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일하며 지구의 환경보전에 이바지하는 인재가 되는 것입니다. (중략) 그리고 UNEP의 정규 직원이 되기 위해 유엔 인턴경험을 쌓고 UNEP ANGEL이라는 국내 최대 대학생 연합환경동아리에서 활동할 계획도 세웠습니다. (하략)>

많은 수험생이 이 질문을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지원하는 학과(부)의 홈페이지에서 배우는 과목들을 그대로 복사해 나열하거나 ‘○○그룹에 취업하기’ 등의 내용을 담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 하지만 이 질문은 자신이 이 전공을 통해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를 묻는다.

박 사정관은 “권 씨는 전공 분야에 대한 진로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특히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경희대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해외봉사단 활동에 참가하겠다고 했다”면서 “지원대학에 관심이 없었다면 자기소개서에 담기가 어려운 내용으로 입학사정관에게 지원자의 적극성을 알려준 좋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김만식 기자 nom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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