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2부]<10> 교통사고 줄이는 해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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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고속道 산청부근 구간단속 하자 사고 10분의 1로 급감

‘에이, 재수 없게 걸렸네.’

2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왜관 나들목 인근을 제한속도보다 30km 높은 시속 130km로 지나던 직장인 박모 씨(35)는 ‘번쩍’ 하는 불빛에 과속 단속 카메라에 적발된 사실을 눈치 챘다. ‘속도에 주의하십시오’라며 단속 카메라 위치를 알려주는 내비게이션 안내가 너무 자주 나와 소리를 꺼 놓은 게 화근이었다. 박 씨는 과속에 단속됐지만 속도를 줄이는 대신 내비게이션의 볼륨을 높였다. 안내에 따라 단속 카메라가 있는 지점만 피해 가면 다시 적발될 위험은 없기 때문이다.

박 씨는 몇 주 후 과속 범칙금 6만 원을 내라는 고지서를 받았다. 월수입 300만 원이 넘는 박 씨에게 6만 원은 그리 큰돈이 아니었다. 박 씨는 “다소 귀찮다는 기분이 들었을 뿐 제한속도를 어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 효과 좋은 구간단속 활용해야

동아일보는 2월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9회에 걸쳐 과속운전의 실태와 위험에 대해 보도했다. 서울 사당역에서 경기 수원역까지 27km를 18분 만에 주파하는 총알택시부터 단속을 피하기 위해 불법 번호판을 장착하는 반칙운전자들까지 과속운전의 유형은 다양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제시한 해결책은 ‘솜방망이’인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각 지방경찰청은 2008년경부터 과속 단속 카메라의 설치 위치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단속 사실을 미리 고지해 예방 효과를 높이자는 취지였지만 단속 카메라 앞에서만 잠시 속도를 줄였다 다시 가속페달을 밟는 ‘캥거루’ 과속이 운전자 사이에서 습관처럼 자리 잡았다. 이 같은 사전 고지 제도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뜨겁다.

사고 예방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사전 고지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해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5∼10km 간격을 두고 두 지점에서 속도를 측정한 뒤 구간 평균속도를 측정해 범칙금을 물리는 ‘구간단속’이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찰청에 따르면 구간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전국 15개 구간의 2009∼2011년 평균 교통사고 발생률이 설치 이전보다 49.3% 줄었다. 지점단속 카메라의 경우 설치 이전과 이후 사고 감소 효과가 평균 23.4%인 것과 비교하면 구간단속 방식의 효과가 배 이상 큰 것이다.

가장 효과가 좋았던 구간은 중부고속도로 하행선 내 산청1터널∼경남 산청군 단성면이다. 이곳에선 구간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2008년 12월 이전 1년간 사고가 10건 발생했지만 설치 이후 1건으로 급감했다. 사망자는 2명에서 1명으로 줄었고 15명이었던 부상자는 1명도 나오지 않았다. 1년간 사망자 12명이 나온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상행선)에서도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구간단속이 과속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보고 설치 구간을 41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올해는 우선 8개 구간에 구간단속 장비를 설치한다. 경찰 관계자는 “구간단속이 사고 예방에 효과적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많으면 운전자의 긴장을 높여 오히려 사고가 늘 수 있고 설치 비용이 지점단속 카메라의 4∼6배라 사고 위험이 높은 곳 위주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솜방망이 처벌이 과속 양산

선진국은 과속운전에 대해 운전자가 경제적 부담을 느껴 다시는 교통법규를 위반할 엄두를 못 낼 수준으로 범칙금을 책정한다. 제한속도를 시속 30km 초과해 운전했던 박 씨가 프랑스에서 똑같은 법규 위반으로 적발됐다면 기본 135유로(약 20만 원)를 내야 한다. 불법경주 등 때문에 고의로 제한속도를 위반한 사실이 적발되면 최고 범칙금(약 222만 원)을 물어야 한다. 한국보다 최소 3배에서 최대 37배 많은 범칙금을 물리는 셈이다.

한국과 선진국은 과속 범칙금 최고액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국내의 과속 범칙금 상한액은 9만 원이다. 제한속도보다 시속 40km 이상 초과하면 그 이상은 아무리 빨리 달려도 9만 원으로 동일하다.

영국의 과속 범칙금 상한액은 한국보다 50배 이상 높은 2500파운드(약 434만 원)다. 독일(약 55만 원) 등 주요 선진국 모두 한국보다 훨씬 무거운 범칙금을 매기고 있다. 국토교통부 고위 당국자는 “현재보다 범칙금을 3배 정도는 올려야 과속 억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명·조건희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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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칙운전#중부고속#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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