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DOOR&TREND] ‘땀 뻘뻘’ 6시간 산행으로 리더십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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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5일 07시 00분


블랙야크가 12일 남양주시 축령산에서 120:1의 경쟁을 뚫고 올라온 입사 지망자들을 대상으로 산행면접을 실시했다. 산행면접에서는 등반체험, 필기, 매듭과제, 자연물을 이용한 조별미션, 텐트 치기 등 다양한 항목을 테스트했다. 정상을 향해 가파른 경사를 오르고 있는 산행면접자들. 사진제공|블랙야크
블랙야크가 12일 남양주시 축령산에서 120:1의 경쟁을 뚫고 올라온 입사 지망자들을 대상으로 산행면접을 실시했다. 산행면접에서는 등반체험, 필기, 매듭과제, 자연물을 이용한 조별미션, 텐트 치기 등 다양한 항목을 테스트했다. 정상을 향해 가파른 경사를 오르고 있는 산행면접자들. 사진제공|블랙야크
경기도 남양주시 축령산. 햇살이 비추지만 바람은 제법 세다. 주차장에 버스 두 대가 도착했다. 버스는 등산복 차림의 젊은 남녀들을 우르르 토해냈다.

4월 12일 금요일. 토종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가 직원 공채를 위해 산행면접을 실시하는 날이다. 이날 참가자는 모두 52명. 전체 지원자 6000여명 중 서류전형과 1차 면접을 1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통과한 이들이다. 이름부터 낯설기 짝이 없는 산행면접. 말 그대로 사무실이 아닌 산에서 진행하는 면접이다. 과연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업체다운 발상이다 싶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6시간 동안 진행된 산행면접을 동행 취재했다.

■ 블랙야크 산행면접 현장

공채 지원자 52명 축령산 등반
매듭·필기·텐트치기 등 테스트
면접 긴장감 대신 협동심 발휘

참가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 10:00 미션1 ‘위급상황의 구명줄’ 매듭 미션

축령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집결한 52명의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옭매듭’, ‘8자매듭’ 등 기본적인 매듭법 강의가 진행됐다. 강사 중 한 명이 “지원자들의 이해력을 살피기 위한 미션”이라고 귀띔했다.

지원자들은 옆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지급된 끈을 들고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매듭강의가 끝나자 인원을 7∼8명씩, 7개조로 나누었다. 각 조에는 평가관, 도우미 등 전문가와 직원이 4명씩 따라붙었다.

● 11:00 미션2 산행시작 “안전산행이 최고”

드디어 산행 시작. 산행에 앞서 강사가 “빨리 올라가거나 완등은 평가항목이 아니다”라며 안전을 거듭 강조했다. 7개조는 다시 A코스 조와 B코스 조로 나뉘었다. A조는 수리바위와 남이바위를, B조는 잔디광장, 절골을 거쳐 헬기장에 집결해 점심을 먹은 뒤 886m 축령산 정상에 오른다.

사방에서 “미끄럽습니다!”, “조심하세요!”하는 외침 소리가 들린다. 여자 지원자가 벗은 재킷을 작은 배낭에 넣기 위해 애를 쓰자 옆의 남자 지원자가 자신의 배낭에 선뜻 넣어준다. 사무실 면접장에서의 팽팽한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다.

1. “볼 때는 쉬웠는데…” 산행면접자들이 강사에게 배운 매듭법을 직접 해보고 있다. 2.축령산 886m 정상에서 실시된 필기시험. 산행면접자들이 등산상식 등 15개 문항이 담긴 시험문제를 풀고 있다.
1. “볼 때는 쉬웠는데…” 산행면접자들이 강사에게 배운 매듭법을 직접 해보고 있다. 2.축령산 886m 정상에서 실시된 필기시험. 산행면접자들이 등산상식 등 15개 문항이 담긴 시험문제를 풀고 있다.

● 12:00 미션3 ‘정상의 기쁨도 잠시’ 필기시험

점심시간. 헬기장에 집결한 지원자들이 조별로 모여 도시락을 열었다. 지원자 최선호(29)씨는 “산행면접을 한다고 해서 가벼운 트레킹이나 산책 정도일 줄 알았는데 진짜로 등산을 할 줄은 몰랐다. 땀을 흘리며 산에 오르니 참 좋다”라며 흡족한 얼굴을 했다.

드디어 축령산 정상. 정상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 마음을 탁 트이게 만든다. 때마침 나풀나풀 눈발이 날려 환상적인 그림이 연출된다. “해냈다”싶은 마음에 모두들 뿌듯한 얼굴을 한다. 하지만 행복감도 잠시. 평가관들이 돌아다니며 종이를 나누어준다. 15문항이 담긴 필기시험지다. 제한시간은 10분. 평가관은 “8000m급 산 이름, 아웃도어 브랜드명 등 산과 업계에 대한 상식문제”라고 기자에게 알려줬다.

● 14:00 미션4 “자연으로 블랙야크를 표현”

하산하는 중에도 테스트는 계속됐다. 조별로 가위, 풀, 도화지를 나누어준 뒤 나뭇가지, 풀, 돌 등을 활용해 ‘블랙야크 이미지’를 표현하라는 미션이 주어졌다. 한 조원이 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자 평가관이 득달같이 달려와 “오직 자연물만 활용해야 한다”라고 주의를 준다.

하산을 마치고 출발지였던 주차장에 도착하자 조별로 텐트를 치라는 마지막 미션이 지원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번도 텐트를 쳐보지 않은 지원자들이 태반이라 우왕좌왕, 좌충우돌한다. 그 사이를 돌아다니는 평가관들의 눈이 매처럼 날카롭다. 조별 평가를 끝으로 일정이 모두 끝났다.

체력 리더십테스트에 필수 “산행면접은 계속”

이날 산행면접 참가자의 반응은 뜨거웠다. 영업관리 부문에 지원한 나재준(27)씨는 “합격여부를 떠나 오늘 참여한 모두에게 의미있는 시간으로 남을 것”이라며 만족해했다.

산행면접을 총괄한 블랙야크의 ㈜동진레저 김정 부사장은 “일반 면접에서는 파악하기 어려운 체력, 리더십은 물론 개개인의 특성을 면밀히 파악하기 위해 산행면접을 추진하게 됐다”며 “아직 지원자들에게는 두 차례의 면접과정이 남았다. 3차 면접을 통해 20∼30명 정도를 추리고, 4차 면접에서 최종 20명 내외를 선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부사장은 “앞으로도 직원 공채 땐 반드시 산행면접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령산(남양주) |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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