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값 등록금 집착 말고 대학 진학률 낮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5일 03시 00분


한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고등교육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컨설팅 그룹 매킨지의 충고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찔렀다. 한국의 4년제 대학진학률은 7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한국의 교육열은 과거 산업화와 민주화를 위해 큰 힘이 됐지만 최근에는 과도한 입시경쟁과 대졸 실업자 양산 등 상당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매킨지 그룹은 어제 발표한 ‘2차 한국보고서―신성장공식’을 통해 한국인들이 지금처럼 교육비에 과도한 지출을 하게 되면 다른 분야에 대한 지출 여력이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경제성장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매킨지가 한국에 대한 보고서를 낸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5년 만이다.

한국 사회는 높은 대학 진학률로 인해 인적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하고 있다. 특정 분야에는 취업 희망자들이 넘쳐나지만 나머지 분야에는 인력이 크게 부족한 형편이다. 한국 학부모들은 소득 수준에 비해 사교육비를 과도하게 지출하고 있다. 이는 출산율 하락과 가구 규모의 감소를 부추기면서 국내 소비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매킨지 보고서의 진단이다.

대학교육이 훌륭한 직장에 취직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라는 믿음은 무너진 지 오래다. 대학졸업자들의 소득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교육비와 대학 등록금 등 막대한 투자비용을 감안하면 대학교육의 ‘순 현재가(NPV·평생 소득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취업한 고졸자보다 오히려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킨지 그룹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중등교육부터 대학 진학과 직업교육으로 나누어 이원적인 교육체제를 강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직업교육의 경우에는 기업과 공조를 통해 고용주들이 필요로 하는 특정 기술 습득에 초점을 둔 커리큘럼을 마련하라고 조언했다. 이를테면 삼성그룹이 ‘삼성고’, LG그룹이 ‘LG고’를 설립하는 식으로 기업이 입학생들에게 취업을 보장해 주면서 ‘고졸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근혜정부의 ‘반값 등록금’ 공약은 대학 진학을 더 부추길 것 같아 걱정스럽다. 정부는 고교 단계에서 직업교육을 더 철저히 하고 고졸 취업에 대한 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국민도 대학 졸업장을 인생 필수품으로 인식하는 사고 체계를 바꿀 때가 됐다.
#반값 등록금#대학 진학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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