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박범신… 예술가 89인의 서화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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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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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인문학관 ‘화첩으로 보는 나의 프로필’전

영인문학관이 예술가 89명의 서화첩을 모아 전시한다. 위부터 소설가 조정래 박범신, 시인 김남조, 이해인 수녀의 작품. 영인문학관 제공
영인문학관이 예술가 89명의 서화첩을 모아 전시한다. 위부터 소설가 조정래 박범신, 시인 김남조, 이해인 수녀의 작품. 영인문학관 제공
‘문학은 인간의 인간다운 삶을 위하여 인간에게 기여해야 한다.’ 소설가 조정래는 전남 보성군 벌교의 태백산맥문학관 외벽에 적힌 이 글귀를 서화첩에 옮겨 썼다. 다른 장에는 붓으로 거친 산자락을 그리고 아래에 이름을 적었다. 소설가 박범신은 ‘사람을 살리는 소금으로서 소설 쓰기를 생각한다’고 적었다. 그의 40번째 장편소설 ‘소금’을 탈고한 뒤 떠오른 생각이다.

문인 57명을 포함해 예술가 89명이 자신의 좌우명과 짧은 단상을 서화첩에 표현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은 26일부터 문인과 화가의 서화첩을 모은 전시회 ‘화첩으로 보는 나의 프로필’을 연다. 남기고 싶은 말은 물론이고 자화상, 좌우명, 자전적 글이 자유롭게 담겼다.

서화첩은 접으면 한 권의 책처럼 작지만 펼치면 50폭 넘는 내용까지 담을 수 있다. 한 폭짜리 작품도 있지만 20폭 넘게 그린 작가가 스무 명이 넘는다. 서예가 김병기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애송하던 한시를 쓰면서 슬픔을 달랜다’는 발문과 함께 58폭에 글을 적었다.

시인 김남조는 ‘서녘’ ‘달밤’ ‘밤기도’ 등 자신의 시를 육필로 남겼다. 소설가 김채원은 소설 ‘먼 집 먼 바다’를 함께 썼던 언니이자 소설가 김지원이 지난해 유방암으로 투병하던 때 서화첩을 그렸다. ‘나는 울지 않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는 독일 화가 파울 클레의 말을 제목으로 삼았고, 벽에 기대 우는 자화상 6폭을 그렸다. 시인 성춘복은 ‘가상의 유언장’을 적었다.

표현 기법도 다채롭다. 그림을 그린 소설가와 글을 적은 화가도 있다. 회화나 서예가 주종을 이루지만 화가 이종상은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했다. 시인 강은교는 사진과 시를 병행시켰다. 암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는 시 ‘흰 눈 내리는 날’의 구절 ‘하늘을 보려면 마음을 넓혀야지 별을 보려면 희망을 높여야지’를 펜으로 적고, 노란색 별과 분홍색 하트 그림으로 희망을 표현했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작가들의 강연회가 열린다. 전시는 6월 16일까지. 3000∼5000원. 02-379-3181∼2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영인문학관#화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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