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도녀 걷기 열풍에 불붙은 워킹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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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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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화 만들던 아웃도어업체도 가세… 올해 시장규모 1조3000억 예상

아웃도어 업체들도 워킹화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블랙야크가 내놓은 워킹화 ‘프라즈마’는 가벼운 산행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신을 수 있게 디자인됐다. 블랙야크 제공
아웃도어 업체들도 워킹화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블랙야크가 내놓은 워킹화 ‘프라즈마’는 가벼운 산행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신을 수 있게 디자인됐다. 블랙야크 제공
직장인 정모 씨(32·여)는 출퇴근할 때 워킹화를 즐겨 신는다. 버스정류장까지 꽤 긴 거리를 걷는 게 고역이던 그는 운동화로 바꿔 신은 뒤 출퇴근길이 한결 가뿐해졌다. 정 씨는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내기 힘들 땐 한두 정거장 전에 내려서 운동 삼아 걷기도 한다”며 “평소 즐겨 입는 레깅스 아래 함께 신을 만한 스타일리시한 워킹화가 많이 출시되고 있어 한두 켤레 더 장만하려 한다”고 말했다.

신발업계 최대 성수기인 봄을 맞아 워킹화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건강, 야외활동에 대한 관심으로 커진 아웃도어 시장의 열기가 운동화로 그대로 옮겨오는 모습이다.

스포츠용품 업계에 따르면 워킹화, 러닝화 등 국내 기능화 시장은 2005년 500억 원 규모에서 2007년 1000억 원에 진입한 뒤 2010년 6000억 원대 규모로 커졌다. 이후 연간 약 30%씩 성장해 지난해 1조 원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1조3000억 원가량으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능화 시장이 이처럼 커진 데는 워킹화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급부상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2000년대 중반 토닝화(몸매를 가꾸는 데 도움을 주는 신발)를 중심으로 활성화됐던 기능화 시장이 최근 워킹화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일명 ‘운도녀’(운동화 신은 도시 여자)라 불리는 여성 고객들이 대거 유입되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편한 신발을 선호하고 건강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힐을 벗어던지고 출퇴근용으로 워킹화를 착용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도보 체험 관광을 비롯한 ‘걷기 문화’의 확산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올레길을 트레킹하는 여성이 늘면서 워킹화를 찾는 수요도 증가했다.

워킹화가 스포츠용품 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이 되면서 이를 겨냥한 마케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치열한 톱모델 기용 전쟁이 한 예다. 프로스펙스는 김연아, 리복은 전지현, 아식스는 하지원, 휠라는 손연재, 르까프는 이시영 등 건강한 이미지의 여자 톱스타들을 줄줄이 모델로 기용했다. 위킹화를 출퇴근 등 일상용으로 신는 여성이 늘어난 만큼 디자인 경쟁도 치열해졌다. 올해 신제품들은 화사하면서도 다채로운 색상으로 그날의 스타일에 맞춰 골라 신을 수 있도록 한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는 블랙야크, K2 등 등산화를 만들던 아웃도어 업체들도 워킹화 전쟁에 뛰어들었다. 블랙야크는 얼마 전 가벼운 산행이 가능하면서도 일상용으로 부담 없이 신을 수 있는 워킹화 ‘프라즈마’를 주력 신제품으로 출시했다. 블랙야크 강수영 상품기획부 차장은 “깐깐한 운도녀들을 겨냥해 아웃도어에 적합하면서도 일상 슈즈로 손색이 없도록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에 공을 들인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K2 역시 기존 등산화와 달리 신발 끈을 손쉽게 조이고, 벗기도 편한 워킹화 ‘레이서’를 내놨다.

아웃도어 업체들이 워킹화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한 것은 포화된 아웃도어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선택으로 분석된다. 한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어쩌다 한 번씩 가는 등산을 위해 별도로 등산화 사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여성들이 특히 워킹화를 선호한다”며 “걷기 열풍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앞으로 워킹화가 아웃도어 신발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기능화#워킹화#운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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