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긋나긋 담백한 음색… 청각 버전 ‘국민 첫사랑’ 가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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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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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반 만에 2집 ‘선명’ 낸 어쿠스틱 팝 듀오

둘 다 9월에 태어났다. 그래서 ‘가을방학’. 9일 오후 서울 양화동 선유도공원에 바람이 불었다. 벚꽃도 피었다. 이들은 “우리 음악은 그래도 가을에 제일 잘 어울린다”고 고집을 피웠다. 왼쪽부터 계피, 정바비.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둘 다 9월에 태어났다. 그래서 ‘가을방학’. 9일 오후 서울 양화동 선유도공원에 바람이 불었다. 벚꽃도 피었다. 이들은 “우리 음악은 그래도 가을에 제일 잘 어울린다”고 고집을 피웠다. 왼쪽부터 계피, 정바비.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조금씩 멀어지면 견딜 수 있단 말야/어째서 우리 기어코 찢고 마는 거야… 난/그 날붙이를 붙들고 있어… 그대도 잘 있지 말아요.’(‘잘 있지 말아요’ 중)

어지간한 아이돌 그룹 앨범도 1만 장 팔기 힘든 요즘 가요계에서, TV에 거의 안 나오는 어쿠스틱 팝 듀오 가을방학(정바비·34, 계피·29)은 1집(‘가을방학’·2010년)을 2만 장 가까이 팔았다. ‘동거’ ‘취미는 사랑’ 같은 섬세한 곡들 틈에서 슬픈 발라드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가 특히 입소문을 탔다. 라디오의 인기 신청곡이 됐고 20, 30대 남녀의 ‘브레이크업 앤섬’(break-up anthem·애청되는 이별 노래)이 됐다.

9일 오후 서울 양화동 선유도공원에서 만난 가을방학 멤버들은 2년 반 만의 정규앨범인 2집 ‘선명’(8일 발매)을 건넸다. 작곡자 정바비는 타이틀 곡 ‘잘 있지 말아요’를 가리켰다. “이별 노래에 꼭 맞는 멜로디를 몇 년째 품고 있었어요. 어느 날 이성복의 시 ‘편지’를 읽다가 ‘잘 있지 말아요’란 말이 맘에 들어왔죠.” 그는 “‘아이 윌 서바이브’(글로리아 게이너·1978년) 같은 결정적인 브레이크업 앤섬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2집 ‘선명’은 가을방학식 웰메이드 팝의 공식을 재천명한다. 나긋나긋 통통 튀는 어쿠스틱 팝이지만 버스커버스커, 제이슨 므라즈에 닿지 않는다. 통기타와 건반을 중심에 둔 연주는 스스로 튀는 대신 예쁜 보컬 멜로디와 시적인 노랫말에 상좌를 내준다. 계피의 청초한 목소리, 담백한 창법은 청각 버전의 ‘국민 첫사랑’이라 할 만하다.

음반 제목 ‘선명’에 대해 정바비는 “가사에 직설적 표현이 많고 음악적 고저도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집과 비교하면? “1집은 생각보다 너무 밝고 산뜻하게 나와 당황스러웠어요. 2집은 어두운 부분까지 포함한 가을방학의 색깔이 고르게 담긴 앨범이죠.”(계피)

계피는 “이번 앨범에서 보컬리스트로서 돌이킬 수 없는 분기점을 지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예전엔 표현하고픈 게 없어서 덤덤했나 봐요. 이번엔 노래하며 스스로 격앙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정바비는 새로운 음악적 장치를 추가했다. 12현 기타(‘좋은 아침이야, 점심을 먹자’), 페달 스틸 기타(‘언젠가 너로 인해’), 만돌린과 전자 노이즈(‘소금기둥’), 내레이션(‘삼아일산’)이 곡의 뉘앙스를 다변화한다.

2집은 주요 인터넷 음반 매장에서 아이돌 앨범을 제치고 일간, 주간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대안(代案) 가요’라 불러도 될까. “‘취향 가요’ 어때요? 계피와 저도, 팬들도 취향으로 뭉쳤죠. 저희 음악이 기존 가요의 관습에서 좀 어긋나 있다지만 누군가 좋아해주지 않으면 저흰 못 살아남아요.” 정바비는 “가을방학이 비치보이스처럼 공연에 다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명곡을 많이 지닌 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가을방학은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열리는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3’의 28일 무대에 선다. 5월 말부터 서울 대구 부산 대전 광주를 돌며 공연한다. 첫 전국 투어다. 6월 말에는 대한해협을 건넌다. 첫 일본 공연을 위해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팜 듀오#가을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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