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 사람]황칠나무 조림 현충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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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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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황칠, 제주 감귤산업 대체 가능성 커”

신비의 금빛 도료인 황칠(黃漆)이 나오는 황칠나무는 기적의 건강식품 재료인가, 한순간 유행인가.

제주 서귀포시가 농림축산식품부에 신청한 ‘황칠 명품화사업’이 내년 향토산업육성사업 신규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황칠나무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황칠나무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5만 m² 규모의 ‘오래된 숲’ 나무농장에는 방문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주에서 가장 먼저 황칠나무를 조림했기 때문이다. 10일 오전 농장에 들어서자마자 아름드리나무에서 퍼져 나오는 향기가 감미로웠다.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는 오솔길을 제외하고는 다양한 나무와 꽃으로 가득했다.

농장주 현충언 씨(64·한국미술협회 서귀포지부장·사진)가 황무지에 심은 나무들이 자라 어느새 울창한 숲으로 변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황칠나무가 가장 눈에 띄었다. 이곳에는 개인 조림으로는 최대 규모인 3000여 그루의 황칠나무가 자라고 있다. 10m 이상 자라는 자생지 황칠나무와는 달리 1, 2m 높이에서 가지가 옆으로 퍼진 형태를 띠었다. 가지치기를 통해 높이를 줄였기 때문이다.

현 씨가 황칠나무를 주목한 것은 30년 전. 일본의 황칠나무에서는 황칠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칠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자생지로 알려진 서귀포의 하천을 헤매고 다니다 5년 만에 겨우 종자를 구해 파종했다. 시행착오 끝에 종자발아, 삽목 등으로 증식하는 노하우를 쌓았다. 현 씨는 “노루들이 사포닌 성분이 든 황칠나무 잎을 좋아하고 꽃이 필 때면 수많은 벌이 날아든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무엇보다 황칠나무는 바람에 약하기 때문에 지지대를 만들거나 중간에 방풍용 나무를 혼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 씨는 황칠나무가 음지에서 잘 자란다는 전문가 분석과는 달리 오히려 햇빛을 좋아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황칠나무 한 그루에 오리발, 타원 등 다섯 종류의 잎이 달리기도 하지만 전문가조차 이유를 모른다”며 “황칠은 10년생 이상에서 2∼3g만 나올 만큼 귀하다”고 밝혔다.

현 씨는 “천연 살균, 방부 효능이 높아 활용 방안이 다양하지만 아직은 추출공법 등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상업적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며 “전문기관의 세밀한 연구가 뒷받침된다면 감귤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향토자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황칠#황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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