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주류사회가 아닌 변두리에 있더군요”

  • Array
  • 입력 2013년 4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 책 펴낸 여행작가 김남희-스지 신이치 교수

2010년 1년 동안 함께 부탄과 한국, 일본을 돌며 여행한 기록을 담은 책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을 최근 출간한 스지 신이치 교수(왼쪽)와 김남희 작가. 문학동네 제공
2010년 1년 동안 함께 부탄과 한국, 일본을 돌며 여행한 기록을 담은 책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을 최근 출간한 스지 신이치 교수(왼쪽)와 김남희 작가. 문학동네 제공
“1년 동안 같이 여행하면서 위기는 딱 한 번 있었죠. 한일 역사 문제를 이야기하다 얼굴을 붉히며 싸웠어요.”

9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열린 ‘삶의 속도, 행복의 방향’(문학동네·사진) 출간기념회에 참석한 여행작가 김남희 씨(42)의 말이다. 일본 메이지가쿠인(明治學院)대의 스지 신이치 교수(61)도 “겉으로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과 일본은 가장 위험한 관계의 나라가 아닌가 싶다”며 “그래도 함께 걸으며 희망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책은 베테랑 여행작가 김 씨와 문화인류학자이자 ‘슬로 라이프’ 개념을 유행시킨 환경 운동가 스지 교수가 부탄과 한국, 일본을 다니며 쓴 여행기. 2008년 비정부기구(NGO) 교류 행사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삶의 속도와 행복의 방향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라는 삶의 화두에 의기투합해 2010년 길을 나섰다.

“김 작가는 열정적으로 문화를 흡수하고, 머리가 아니고 가슴과 뱃심으로 체험합니다. 그런 ‘박치기’ 스타일은 아주 위험한 일입니다.”(스지 교수) “스지 교수의 거리를 두고 관찰하는 경향과 제 박치기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문화적 차이로 받아들이게 됐어요. 사실 전 자주 사랑에 빠지기도 해요.”(김 씨)

출간기념회는 이들의 유머와 농담으로 시종 화기애애했다. 행사에는 독자 50여 명도 참석했다. 스지 교수는 “여행하면서 무엇보다 한국은 ‘아시아의 라틴’ 같다고 생각했다”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끈한 관심과 열정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독자 김지연 씨(29)가 스지 교수에게 시골 여행의 소회를 묻자 그는 한국과의 인연을 언급했다. 황해도 출신의 아버지가 자신이 성인이 되고 나서야 조선인임을 밝혔다고 했다. “그때 (아버지에게) 왜 미리 말해주지 않았냐고 묻자 아버지는 그저 웃으며 ‘걱정하지 마라. 아버지의 나라에 가면 누구나 널 환영해 줄 거야’라고 했습니다.”

두 사람은 홋카이도와 오사카, 안동, 지리산, 제주도 등을 걸으면서 ‘희망은 주류 사회가 아닌 변두리와 경계에 있다’는 공감을 얻었다고 했다. 김 씨는 “젊은이들이 당장은 실패했다 하더라도, 주변의 세계를 둘러보면서 ‘나와 다른 속도로 살아가고 있는 행복한 아웃사이더들이 많구나’라고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김남희#스지 신이치#삶의 속도#행복의 방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