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소통 모드’ 돌입… 12일 민주 지도부와 첫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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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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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대책-추경 협조 당부할 듯… 문희상 “정치회복 환영… 할말 다 할것”
9, 10일 與지도부-의장단과도 식사… “상사병 났다” 농담하고 박장대소도

새누리 지도부 연석회의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오른쪽)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황우여 대표(가운데), 이한구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새누리 지도부 연석회의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오른쪽)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해 황우여 대표(가운데), 이한구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권과의 소통 행보에 들어갔다. 박 대통령은 10일 국회의장단과 오찬을 했다. 전날에는 새누리당 지도부와 만찬을 했고, 12일에는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저녁식사를 한다. 박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를 만나는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연일 내각과 청와대에 국회와의 소통을 주문한 데 이어 자신이 직접 소통 행보에 나선 것은 경제 안보 위기 상황에서 4월 국회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4월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과 부동산 정상화 대책 법안 등이 통과돼야 올 하반기에 경기 부양과 부동산 경기 회복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 ‘빵 터진’ 대통령

이날 박 대통령과 국회의장단의 점심식사는 시종 화기애애했다고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새누리당 이병석 국회부의장의 ‘투정’에 박 대통령은 크게 웃었다고 한다. 이 부의장은 박 대통령에게 “강창희 국회의장이 나보다 민주당 박병석 부의장을 훨씬 챙긴다”며 “아마도 학교 후배라 그런 것 같다”고 ‘고자질’을 했다는 것. 강 국회의장과 박 부의장은 대전고 5년 선후배 사이다. 이에 박 부의장은 “그렇지 않아도 국회의장의 고교 후배라는 이유로 민주당 몫 부의장을 뽑는 당내 선거에서 떨어질 뻔했다”며 엄살을 부렸다. 이들의 대화를 들으며 박 대통령은 한참을 웃었다는 것이다.

박 부의장은 박 대통령에게 “(지금까지) 청와대를 50번 가까이 와봤지만 여기는 처음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찬은 이전 정부까지는 영부인들의 접견실이던 본관 무궁화실에서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박 부의장은 이어 “현재 한자로 된 국회의원 배지의 국(國)자를 한글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고, 박 대통령은 “한글을 많이 쓰는 게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전날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지도부를 만나 “당 사람들이 보고 싶어 상사병이 났다”고 먼저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황우여 대표는 “아이고, 우리가 상사병이 났다”며 맞장구를 쳤다. 새누리당 지도부, 국회의장단과의 청와대 회동은 보여주기식 행사를 탈피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박 대통령의 뜻에 따라 사진촬영 없이 진행됐다.

○ 국회 협조 거듭 요청

박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에도 4월 국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국회에서 다뤄야 할 법안들은 한결같이 민생과 관련된 것”이라며 “부동산 정책과 추경에 협조를 부탁드린다. 안팎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민들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게 서민 관련 정책들이 적기에 시행되도록 잘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며 “어려운 서민들과 민생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민생, 외교, 안보에는 초당적 협조를 부탁한다”며 최근 북한의 도발 위협과 관련해 개성공단의 유지 및 발전 필요성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장관들은 (국회의) 대정부 질문이나 상임위 출석 시 새 정부 주요 정책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릴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임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또 “주요 정책을 마련할 때는 당에 사전 설명을 하고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여 주길 당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에게 “당이 쓴소리를 해도 대통령이 잘 받아들여 달라”고 주문했고, 박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사안에 대해 당의 말을 많이 듣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새누리당과의 만찬에는 당 인사 가운데 유일하게 유승민 국방위원장이 참석하지 않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근 청와대를 향해 쓴소리를 해온 유 위원장은 “몸이 아파서 참석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민주당 “정치 회복” 환영

12일로 예정된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찬은 두 차례 불발된 끝에 성사된 것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가 팽팽히 맞설 때인 지난달 3일과 15일 박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하려 했지만 불발됐다.

이정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8일 오후 민주당 측에 전화를 걸어 초청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5월이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청와대가 만찬을 제의해 왔다”며 “예의를 갖춘 초청이었다”고 전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의 회복이라고 본다”며 환영했다. 다만 한반도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한 대북특사 파견과 임기 초 ‘인사 참사’ 문제,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 등 ‘까칠한’ 얘기를 가감 없이 전달할 방침이다. 문 비대위원장은 “나올 이야기는 다 나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재명·민동용 기자 egija@donga.com
#박근혜#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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