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광객을 춤추게 하라” 쇼핑-산업-자연 3박자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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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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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함께 지자체가 뛴다]<2>부산 울산 경남

2일 부산항 크루즈터미널에 입항한 보이저호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나오고 있다. 부두 왼쪽에는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80대가량의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부산시는 쇼핑 환경 개선과 전문 통역 인력 양성 등으로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유치 증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부산=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2일 부산항 크루즈터미널에 입항한 보이저호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나오고 있다. 부두 왼쪽에는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80대가량의 관광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부산시는 쇼핑 환경 개선과 전문 통역 인력 양성 등으로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 유치 증대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부산=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2일 오전 9시 부산항 국제크루즈터미널.

지난달 31일 중국 상하이(上海)를 출발해 전날 제주에 들렀던 대형 크루즈선 보이저호가 정박해 출입문을 열자 앞뒤 두 곳의 출구로 관광객들이 쏟아져 나왔다. 최대 3800명이 탈 수 있는 보이저호의 이날 탑승 관광객은 약 3200명. 90% 이상이 중국인이다. 부산시는 김병기 관광진흥과장이 보이저호의 선장 찰스 테이거 씨(63)에게 감사장과 꽃다발을 주는 간단한 환영식을 베풀었다. 오후 7시 반 보이저호가 떠날 때는 사물놀이와 관현악 연주, 불꽃놀이 등 송별행사도 열었다.

지난해 크루즈선의 부산 입항은 126회(약 16만 명)로 전년(42회·7만5500여 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올해는 160회(약 20만 명)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인 관광객 급증이 가장 큰 배경이다. 지난해에는 5만 t 이상 대형 크루즈선만도 56회나 부산에 들어왔다. 하루 2척의 크루즈선이 동시에 들어와 한 척은 컨테이너 부두에 접안해야 하는 경우도 올해 14차례나 된다고 류승자 관광진흥과 주무관은 말했다.

○ 부산항, 중국과 ‘2인 3각’

컨테이너 화물 처리 능력 기준 세계 5위인 부산은 급속히 경제가 성장하는 중국과의 교류 확대로 관광객과 화물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고 있다. 한편으로는 중국 동부 연안의 상하이 닝보(寧波) 칭다오(靑島) 등 일부 항구 도시와 미국 유럽 등으로 향하는 제3국 화물 처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부산과 중국은 ‘협력 속 경쟁’이라는 독특한 틀 속에서 관계를 강화해 가고 있다.

부산항에서 중국의 중요성은 물동량 추세로 뚜렷이 알 수 있다.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항과 교역한 상위 10대 항구 중 5곳이 중국 도시였다. 1위 톈진(天津), 2위는 칭다오였다. 특히 지난해 중국과의 화물 처리량 412만1000TEU 중 부가가치가 높은 환적(換積) 화물 비중은 61.2%로 수출입 화물 비중(36.8%)보다 높다. 부산이 미국 유럽 등 제3국과 중국 간 화물 중간 기지로 역할이 크다는 것을 나타낸다.

부산은 환적 화물 유치 증대 등 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상하이 톈진 다롄(大連) 후이저우(惠州) 등과 우호 관계를 맺고 있다. 산둥(山東) 성의 칭다오 르자오(日照) 옌타이(煙臺) 웨이하이(威海)와는 2010년 11월 ‘4+1 전략적 협력관계’ 양해각서도 맺었다. 전략 협력 도시들과는 매년 한두 차례 각 도시를 순회하며 물류 증대를 위한 협의를 갖는다. BPA 김규호 마케팅팀장은 “부산은 중국의 큰 항만을 오가는 화물의 환적항으로서 지위를 강화하고 소형 항만과 항로를 개척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신항 배후 물류단지 활성화의 관건은 중국 기업의 투자 유치다. BPA 김인영 마케팅팀 과장은 “배후단지에 투자하는 외국기업 중 중국은 17개사(자본 비중 23%)로 일본 32개사(43%)에 이어 2위”라며 “중국 기업의 장애요인을 찾아 개선해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10개 도시와 주당 236편(하루 약 30편)의 여객기가 뜨고 내린다. 지난해 부산에 온 중국인 관광객은 59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24% 늘었다. 부산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처음으로 지정한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방문의 해’를 맞아 울산 경남과 함께 공동 관광 마케팅을 벌인다. 서울∼제주 축 위주의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해 3개 지자체가 쇼핑(부산) 산업(울산) 자연(경남) 등 특성을 살린 신규 관광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김묘금 부산시 관광진흥과 주무관은 말했다.

특히 산시(陝西) 성 정부가 시안(西安)에서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진행하는 ‘대당서시(大唐西市)’ 프로젝트에 부울경은 공동홍보관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서시는 당나라 수도 장안의 국제시장으로 이곳에 ‘실크로드 풍경거리’를 조성하고 한국 등 12개국이 국가관을 만들어 홍보하도록 했다.

○ 경남, ‘저우 전 총리 손녀를 홍보대사로!’

경남은 28일부터 부정기 전세기지만 사천 공항과 상하이 구간에서 처음으로 국제선 운항을 시작한다. 지난해 60여만 명에서 올해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인 관광객이 ‘지방 공항’을 ‘국제공항’으로 탈바꿈시켰다. 경남은 지난해 6월에는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총리의 손녀인 저우링(周岺·50) ‘베이징(北京) 금장미 광고유한공사’ 회장을 광고홍보대사로 임명했다.

중국 자본 유치는 지난해 7월 도를 방문한 친룽(秦龍)그룹 리샤오밍(李曉明) 회장과 경남에 90만 평 규모의 사파리 야생동물원을 조성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가시화하고 있다. 리 회장 일행은 동물원 후보지인 창녕군 우포 늪 등을 시찰하기도 했다. 친룽은 베이징에 140만 평 규모의 ‘바다링(八達嶺) 야생동물원’(1998년 개장) 등 5개의 동물원을 운영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개발업체다. 종업원만 5만여 명에 달한다.

○ 울산, “중국에 친환경 경험 전수”

울산시는 2006년 7월 국내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자매도시인 지린(吉林) 성 창춘(長春) 시의 이름을 딴 도로를 지정했다. 중구 구시가지의 번영로∼목살거리∼명륜로의 약 1.8km 구간이다. 창춘도 2004년 7월 시내에 ‘울산로’를 지정했다.

울산은 우호 도시인 장쑤(江蘇) 우시(無錫) 시에는 ‘죽음의 강’에서 ‘생물자원의 보고’로 바뀐 태화강 복원 경험을 전해줄 계획이다. 우시의 타이후(太湖)가 대표적인 관광지에서 오염의 대명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높기 때문이다. 우시 시 관계자들은 지난해 2월과 5월 두 차례 태화강을 견학했다고 하길상 시 국제협력과 주무관은 말했다.

울산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울주군 내 83만7000m² 용지에 건설 중인 울산자유무역지역에 조립금속 전기전자 메카트로닉스 생명공학 등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중국 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나설 계획이다.

▼ 韓中 ‘북극 싸움’ ▼

■ 자원탐사 배후기지 선점 놓고 경쟁… 북극항로 활용에선 부산이 더 유리


부산과 중국 주요 항구의 경쟁에서 큰 변수 중 하나는 ‘북극(北極) 경쟁’이라고 부산시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북극 항로’와 북극해 해저 지하 탐사 자원을 위한 배후 항만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해양수산부와 부산이 ‘해양경제특별구역(항만 특구)’ 제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이범철 부산시 해양정책과장은 설명했다.

현재 부산 등 한국 항만은 여객 운송을 제외하면 컨테이너와 벌크 화물 등을 싣고 내리는 물류 기능만 가능하다. 항만 특구는 항만 지역에서도 물류와 해운은 물론이고 제조업, 특히 해양에서 석유 천연가스 지하광물 탐사 채취 가공에 필요한 시설이나 해상 운반선 등의 ‘해양 플랜트’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항만 특구에서는 기존에 운영되는 해양 플랜트 시설을 옮겨와 유지 보수하는 ‘연안 지원기지(OSB)’ 역할도 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2011년 산둥(山東) 저장(浙江) 광둥(廣東) 성을 ‘해양경제 종합실험구’ 등으로 지정해 항만에서 해양 플랜트 건설이 가능하도록 했다. 상하이(上海) 닝보(寧波) 칭다오(靑島) 등은 부산의 ‘해양 플랜트 경쟁’ 항만이다. 특히 미래 자원의 보고인 북극해 자원 개발에 어느 항구가 더 큰 역할을 하느냐가 경쟁력의 주요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과 중국 항구 간 경쟁은 북극해 얼음이 녹으면서 열리고 있는 ‘북극 항로’ 활용에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해빙 속도라면 북극해는 2020년에는 6개월, 2030년에는 연중 내내 선박 운항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 구간의 경우 캄차카 해∼베링 해협을 지나는 북극 항로(약 1만2700km)는 믈라카 해협과 수에즈 운하를 통하는 전통 항로(약 2만100km)보다 7400km가 짧다. 운송 기간도 24일에서 14일로 단축된다. 북극을 중심으로 최단 동심원 항로에서 약간 벗어난 상하이보다는 부산이 유리하다. 송종준 시 항만물류과장은 “부산항의 지리적 특성을 잘 살리면 북극해 자원 개발 배후 항구와 북극 항로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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