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 숨긴 소아성애증… 우리 아이들을 노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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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5년에 10년간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선고받은 고영욱 씨는 3년 동안 10대 3명을 대상으로 5번이나 성관계를 갖거나 강제추행했다. 전문가들은 검찰 수사를 받던 중에도 10대 소녀를 성추행한 고 씨가 소아성애증 환자에 가깝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10일 판결 내용에 따르면 고 씨는 2010년 여름 만난 13세 A 양과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성관계를 맺었다. 그는 성관계에 앞서 A 양에게 술을 먹이기도 했다. 2010년 7월엔 17세이던 B 양을 자신의 오피스텔에서 강제추행했다. B 양의 고소로 검찰 조사를 받던 고 씨는 지난해 12월 길 가던 13세 C 양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성추행했다. 그는 C 양이 중학생이라고 대답한 뒤에도 허벅지를 손으로 눌러보고 “가슴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고 씨의 범죄 내용을 접한 전문가들은 “고 씨가 소아성애증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의 범행 과정이 사춘기 이전이나 이른 사춘기의 미성년자에게 성적 편애를 갖고 실제 성행위도 하는 소아성애증 환자와 유사하다는 것. 연예인인 고 씨가 성인 여성을 만날 능력이 충분한데도 미성년자를 만난 것도 이 같은 의심의 배경이다. 김의정 이대목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고 씨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반복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미뤄 자신보다 힘이 약한 상대를 통제하고 우위에 설 때 충족감을 느끼는 소아성애증 환자로 보인다”며 “미성년자 대상 성행위를 몇 번 경험하면 더 강한 자극에 이끌려 충동적으로 범행을 다시 저지르게 된다”고 지적했다.

고 씨는 2008년 한 케이블방송에 출연해 당시 17세인 아이돌그룹 ‘카라’ 멤버 구하라에게 자신의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공개리에 건네기도 했다. 2011년에는 체조 국가대표 손연재 선수에게 “그만큼 연재 씨가 예쁜 거예요. 느끼한가”, “(손연재가 아프니) 아무 일도 손에 안 잡히네”, “참고로 난 실물이 낫다” 등의 트위터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 손 선수는 17세였다.

소아성애증은 일반적인 정신질환과 달리 평소 뚜렷한 증상이 드러나지 않아 범죄를 저지르기 전까지 주변에서 인식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들은 미성년자에게 친절하게 행동해 경계를 풀거나 자신의 지위를 적극 이용하기도 한다. 유명 연예인인 고 씨는 연예인을 선망하는 미성년자의 관심을 이용했다. 초등학생, 고등학생 제자 2명과 성관계를 맺어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된 강원도 초등학교 교사 D 씨(30)도 직업상 어린 학생과 접촉이 잦고 단둘이 있어도 의심을 받지 않는 점을 악용했다.

소아성애증은 정신과적 질환으로 분류된 질병이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병원을 찾은 소아성애증 환자는 단 15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만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는 8808건이 발생했다. 소아성애증 환자는 “아이가 나를 먼저 유혹한다”고 여길 정도로 죄의식이 없다. 염건웅 한양대 사회교육원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스마트폰 채팅 등 성인이 10대에게 접근할 통로가 늘어나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정부가 소아성애증 환자에 대한 관심을 갖고 처벌뿐 아니라 치료 대책까지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훈상·권오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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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성애증#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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