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의 사이버 남침 막을 사령부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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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방송사와 은행 등의 전산망을 일제히 마비시켰던 3·20 사이버 테러가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1호 전투근무 태세를 선포하며 서울과 워싱턴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북한이 대대적인 사이버 전쟁에도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대남·해외 공작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정찰총국 산하의 ‘사이버전 지도국’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2010년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을 진두지휘한 김영철 총국장(인민군 대장)이 이끄는 조직이다.

북한은 8개월 이전부터 남한 쪽에 악성코드를 치밀하게 유포하며 사이버 남침로(南侵路)를 만들었다. 결정적 증거는 2월 22일 북한의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175.45.178.××)가 감염PC를 원격 조정하기 위해 국내 경유지에 접속한 흔적이었다. 북한은 방화벽, 웹 서버 등을 거치며 남긴 로그를 샅샅이 지우려 했지만 원격 터미널에 남은 이 기록은 지우지 못했다.

재래식 군사력에서 열세에 놓여 있는 북한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을 총동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사이버 공격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우리 전산망에 침투해 비밀자료를 빼내고 바이러스를 유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사이버 부대원만 3000명이 넘는 것으로 군 당국은 추산한다.

북한의 사이버전은 이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이다. 미국은 2009년 백악관에 사이버안보보좌관을 신설하고 4성(星) 장군이 이끄는 사이버사령부를 창설해 외부의 해킹 위협에 맞서기 위한 국가 차원의 기본 전략을 마련했다. 기본 전략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사이버 공간에서도 자위권(自衛權)을 행사하겠다는 대목이다. 사이버 방패를 튼튼히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예상되는 공격을 선제적으로 막아낸다는 적극적 개념이다.

2009년 7·7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이후 갈수록 사이버 테러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북한의 공격을 막을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안티 해커로서의 화이트 전사(戰士)를 양성하고 사이버 안보의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 우리 혼자의 힘으로 어렵다면 국제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 육해공 군사력을 통한 연합군사훈련도 실시하는 마당에 군사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과 사이버 대책을 공유하고 국제법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사이버 테러#북한#악성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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