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과 여야의 만남, 소통과 協治의 물꼬 트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1일 03시 00분


모처럼 정치권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와 만찬을 한 데 이어 어젠 국회의장단을 오찬에 초대했다. 내일은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 지도부와도 만찬을 할 예정이다. 민생과 관련이 깊은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도 초청할 것이라고 한다.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이 참석하는 6인 협의체도 12일부터 움직일 예정이다. 오랜만에 정치권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니 답답했던 국민의 가슴이 조금은 뚫리는 느낌이 든다.

언제부턴가 청와대와 국회 간에는 소통의 문이 닫혀 있었다. 기업가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면서 여의도를 멀리했다. 승부사 기질이 강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정치권과 불화를 야기할 때가 많았다. 박 대통령은 5선(選) 의원 출신에다 당 대표까지 지낸 터라 뭔가 다를 것으로 기대했으나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에서 인사(人事)에 이르기까지 그가 보여준 모습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박 대통령의 인기가 40%대까지 떨어진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번 회동을 이미지 쇄신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박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앞으로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당의 말을 많이 듣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이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까지도 국정 운영의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한 것 같아 다행이다. 청와대와 국회는 요즘 협력할 일이 많다. 4·1 부동산 대책의 후속 입법과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북한발 안보 상황도 위중하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여야가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바로 새 정치다. 정치가 촉발한 국민 간의 갈등과 반목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대통령은 모든 사안을 정무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자리다.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 더구나 지금은 과정을 생략한 채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없는 정치 환경이다. 정치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건만 여야는 지금껏 입으론 국민과 민생을 말하면서도 실제론 자신이나 자당(自黨)만을 위한 정파 정치로 비난을 자초했다. 여당은 야당을 존중하고, 야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의 타성을 버려야 한다. 청와대와 여야가 파트너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모처럼의 희소식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말고 결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박근혜 대통령#새누리당#민주통합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