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 카랏, 신라멘”… 日열도 울리는 신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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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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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심저팬, 취재진-팬클럽 초청행사

“우마 카랏(맛있게 맵다)! 신라멘.”

10일 오후 1시 일본 도쿄 시부야의 한 행사장에 신라면 마니아와 취재진 등 150여 명이 모여들었다. 이날은 농심저팬이 일본에서 정한 ‘신라면 데이’.

일본 8인조 여성그룹 ‘모델 걸스’가 ‘우마 카랏 신라멘’을 외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신라면을 이용한 요리북 ‘신라면 레시피’와 이를 홍보하는 ‘신라면 키친카’도 공개됐다.

신라면 팬클럽 회원으로 행사장을 찾은 모치즈키 아유미 씨(43·여)는 “신라면은 처음 먹을 때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워 많이 못 먹을 것 같았지만 먹을수록 매운 맛이 자꾸 생각나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농심저팬이 4월 10일을 신라면의 날로 정한 것은 ‘4(four)’와 ‘10(ten)’의 영어 발음이 ‘핫(hot)’을 일본식으로 읽은 ‘호토’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신라면은 반한 감정이 불 때도 일본 대형마트 라면 코너에서 살아남았다.

○ 라면 종주국에 ‘신라면’ 심기

연간 5000억 엔(약 5조7500억 원)의 일본 라면 시장은 ‘쇼유’(간장), ‘미소’(된장), ‘시오’(소금)를 이용해 국물 맛을 낸 제품이 대부분이다. 매년 450여 종의 신제품이 쏟아진다. 일본의 매운맛 라면 시장은 310억 엔대로 약 6%에 불과하지만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14.7%씩 급성장하고 있다.

농심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현지 무역상을 중심으로 신라면이 유통되는 것을 보고 1981년 설치한 도쿄사무소를 확대 개편해 2002년 농심저팬을 설립했다. 하지만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인들에게 신라면을 파는 것은 쉽지 않았다.

농심저팬 김대하 법인장(54)은 최근 10년간의 노력을 ‘신라면 브랜드 심기’라고 표현했다.

“신라면을 처음 팔겠다고 나섰을 때 50대 바이어가 신라면 국물 한 스푼을 먹고 한 시간 동안 땀을 계속 흘렸어요. 우리는 사람이 먹을 게 아닐 정도로 맵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신라면을 판 겁니다.”

본사에 덜 매운 신라면을 만들어 팔자고 제안할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결국 있는 그대로 승부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세계 어디에서도 신라면 맛을 바꾸지 마라’는 농심 신춘호 회장의 철학이 깔려 있다. 현지에 순응해 브랜드를 퇴색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신라면이 일본에서 다른 라면보다 20%가량 비싸게 판매되는 것도 단기 매출보다는 브랜드의 힘을 믿고 뚝심 있게 밀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맛에는 자신이 있었던 만큼 널리 알릴 방법이 필요했다. 지하철 손잡이에 신라면 컵을 매달아 이목을 끌었다. 비싼 물가와 주차비 등으로 승용차보다는 지하철을 주로 이용하는 일본인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했다. 또 트레일러 광고로 도쿄 중심지인 긴자와 패션거리 시부야, 신주쿠 등을 돌아다니며 브랜드를 알렸다. 도쿄 하네다 공항의 카트에도 신라면 광고를 실었다.

농심저팬 심규철 차장(43)은 “구성원 모두가 ‘내 몸에는 매운 피가 흐른다’고 느낄 정도로 열심히 발로 뛰었다”며 “한국에선 1등 라면업체이지만 일본에서는 1%의 시장을 확보하기도 어려웠기에 한 명 한 명의 관심이 늘 고마웠다”고 말했다.

○ “먹이고 또 먹이고…”

먹이고, 또 먹이니 시장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처음 먹었을 때 매운맛을 이기지 못해 뱉어내던 일본인들이 어느덧 새로운 맛의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김치를 통해 매운맛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도 도움이 됐다. 일본 라면을 먹고 나면 ‘뭔가 허전하다’는 고객까지 생겼다. 맛있는 매운맛에 눈을 뜬 신라면 애호가들이 속속 나타났다.

2008년 신라면 마니아들이 모여 ‘신라면 팬클럽’을 만들었다.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신라면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한다. 지난달 기준으로 회원 수는 325명. 농심저팬은 18일 신라면 팬클럽을 대상으로 ‘신라면 요리교실’을 연다.

농심저팬은 냉장고 속 음식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신라면 레시피를 소개하는 등 질적으로 한층 강화된 생활 밀착형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1인 가구 위주로 개편되고 있는 일본 사회의 특성을 고려해 ‘신라면 미니컵’도 출시했다.

김 법인장은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이 ‘가고시마의 작은 슈퍼에서 신라면을 봤다’, ‘오키나와에서도 봤다’고 말할 때야말로 표현 못할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도쿄=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신라면#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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