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보다 나은 아우… 실버바 은빛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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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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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속 뭉칫돈’ 金 이어 銀으로도 몰려… 月 거래량 1t, 10년 수익률 440%로 金 앞질러

#1. 40대 주부 김모 씨는 최근 종로에서 1800만 원을 주고 ‘실버바(은괴)’ 1kg짜리 15개를 구입했다. 김 씨는 “요즘 북한도 심상치 않고 예금 갖고 있으면 세금 문제도 있어서 실버바를 사게 됐다”며 “골드바(금괴)보다 가격 부담이 적고 수익률도 괜찮을 것 같아 은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2. 20대 회사원 박모 씨는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은을 사서 모은다. 2011년부터 꾸준히 모은 은이 5kg을 넘는다. 그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장기 투자 목적으로 은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은값 시세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리스크, 엔저 같은 대외 변수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금이나 은 같은 현물 자산을 사들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강조하고 나서자 세금 추적을 피하려는 투자자들의 ‘장롱 속 뭉칫돈’이 금에 이어 은으로도 몰리고 있다.

○ 금에 가렸던 은, 재조명되다

전통적으로 자산가들이 선호해온 금에 비해 은은 그동안 소외됐던 투자 대상이다. 하지만 현물자산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늘면서 금보다 가격 면에서 투자하기 쉬운 은을 찾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금·은 전문판매회사 ㈜국제금거래소에 따르면 실버바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30∼40kg으로 월평균 1t가량 된다. 골드바는 하루 평균 3kg 정도 팔린다. 실버바는 많이 팔릴 땐 하루 150kg까지 판매된다. 이곳에서 은을 산 이들의 70%는 개인투자자이다. 한 번에 수천만 원어치의 실버바를 사가는 고액자산가도 있지만 상당수는 1000만 원 이하의 소액 투자자이다.

김다진 ㈜국제금거래소 경영전략팀장은 “골드바 1개 살 돈(6000만 원대)으로 실버바는 50개나 살 수 있어 실버바를 찾는 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바 및 실버바 전문 판매회사인 한국금거래소에서도 하루 평균 50kg의 실버바가 팔려 나가고 있다. 한국금거래소 김철호 홍보팀장은 “얼마 전 50대 남성 고객은 1kg 실버바 100개를 사갔다”며 “남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환금성이 높은 실물자산을 찾는 이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새 정부가 금융종합소득과세를 2000만 원으로 낮추고 세금 추적을 강화하자 실물자산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가 늘어났다고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PB는 “금과 은은 구입할 때 10%의 부가가치세만 내면 더이상 세금 추적을 받지 않는다”며 “과세당국에 신고할 필요가 없고 양도, 상속, 증여가 쉽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 은, 투자 매력도 높아

은이 금보다 2011년 4월 고점 대비 가격이 많이 떨어진 것도 투자 대상으로의 매력을 더한다. 국제 금 시세 정보 사이트인 킷코(Kitco)에 따르면 골드바는 현재 2011년 고점 대비 13%가량 가격이 떨어진 반면 실버바는 40% 가까이 떨어졌다. 그만큼 값이 오를 여지가 금보다 클 것으로 전망하는 이가 많다.

최근 10년치 장기 수익률 측면에서도 은은 금을 압도한다. 은 가격은 2003년 온스당 5달러였으나 최근에는 가격 조정을 겪고도 27달러 선으로 440% 가까이 급등했다. 같은 기간 금 가격이 온스당 390달러에서 1590달러로 307%가량 오른 것을 감안해도 금 투자수익률보다 높다.

올해 들어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가 많아진 것도 은 투자 수요를 늘리는 이유다. 국민은행 신동일 PB팀장은 “은은 귀금속이자 산업용 원재료여서 경기반등 기대감이 커지면 가격도 높아진다”며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가 늘면서 은에 투자하려는 사람도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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