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통학車 희생어린이 아빠의 편지 “세림이法 빨리 만들게 도와주세요, 대통령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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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6일 충북 청주에서 김세림 양(3)이 어린이집 통학 차량에 치여 숨지는 가슴 아픈 사건이 발생했다. 세림 양의 아버지 김영철 씨(41)가 9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이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한 법(일명 ‘세림이법’)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썼다. 》

박근혜 대통령님께

저는 얼마 전까지 청주에서 아내와 세 살배기 딸, 그리고 아내 배 속의 둘째를 기다리던 평범한 아빠였습니다. 3월 26일, “안녕히 다녀오세요”라는 딸의 말을 듣고 출근했습니다. 그러나 한 시간 뒤 “빨리 충북대병원으로 오라”는 아내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병원에 달려갔습니다. 딸아이는 말없이 누워 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사망했다’고 했습니다. ‘아이의 몸은 아직도 따뜻한데….’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습니다. 아내는 그 충격으로 배 속의 아기마저 유산했습니다.

어른들이 조금만 주의했다면, 아니 자기 일에 기본이라도 충실했다면 이런 참극은 없었을 것입니다. 사고 후 어린이집 차량 운영 실태가 얼마나 부실한지, 이런 사고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 알게 됐습니다. 어린이집 통학차량 관련 법안이 통과만 되었더라면 우리 아이를 그리 허무하게 보내지 않았을 겁니다. 어린이집 원장님은 얼굴도 모르는 지입차 기사를 고용하고, 차량은 색깔만 노란색일 뿐이었고, 기사는 차 근처에 누가 있는지 확인도 안 하고 차를 출발시켰습니다. 그런데도 이들에 대한 처벌규정은 미약합니다.

대통령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권고사항으로는 막을 수가 없어요. 반드시 법으로 만들어주세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믿고 맡길 수 있게 도와주세요.

숨을 쉴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세림이가 아른거려요. 부디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꼭 도와주세요.

―2013년 4월 9일, 세림이 아빠 올림
#세림이#통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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