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한미동맹도 북핵저지 실패… 한국, 생존 위한 核재량권 가질 자격”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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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서 NPT 탈퇴 거론
“DJ정권 北도발 용납않겠다 했지만 핵무장보다 더한 도발이 어디있나”

“지금의 북한은 제2차 세계대전, 태평양전쟁을 일으킬 당시의 일본하고 너무 똑같다. 선군(先軍)정치라는 것은 결국 군국주의다. 두목이든 수령이든 리더라고 하는 사람은 신성불가침인 점도 같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는 카네기재단 주최 ‘2013 국제 핵정책 콘퍼런스’ 개막 하루 전인 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특파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김정은 체제가 얼마나 더 갈 것 같으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말했다. 이어 “태평양전쟁 직전 일본군 장교들은 ‘진주만 습격은 성공할 수 있어도 미국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일본은 전쟁을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미국 본토 공격 위협과 개성공단 조업 중단 등 브레이크 없는 대외 공세에 나서고 있는 북한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최근 미국이 B-2 폭격기 등을 한반도 상공에 투입하는 등 대북 군사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미국이 공언하는 ‘확장 억제’도 그대로 믿을 수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지난주 미국에 와 뉴욕과 보스턴 등을 거치며 미국인에게 북핵 대책 마련을 촉구해 온 그는 “오늘(8일) 아침에 만난 어떤 미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이 핵무기를 쏘면 우리도 쏜다’고 하면 미국이 안 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더라”며 미국 내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 행정부 내 의사결정 상황을 ‘결정의 에센스’라는 책으로 펴낸 미국의 국제정치학자 그레이엄 앨리슨을 인용하며 북핵을 저지하지 못한 미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10년 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하기도 전에 앨리슨 교수는 ‘핵 테러리즘’이라는 저서에서 현재 상태가 계속된다면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무기 생산라인을 갖추게 될 것이며 이것은 230년 미국 외교정책사에서 가장 큰 실패로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행하게도 아무도 경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는 이어 “한반도의 분단, 6·25전쟁, 북핵 사태는 모두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몰이해 오판 전략부재 판단마비에 기인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한미동맹은 성공했지만 북핵을 저지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역대 한국 정부도 도마에 올렸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햇볕정책의 세 가지 원칙을 이야기하면서 두 번째로 무력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무력도발 관점에서 보면 북한이 오늘 핵무장한 것 이것보다 더 큰 무력도발은 있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개발) 능력을 먼저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가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대응방안을) 충분히 했어야 하는데 북한의 의도가 뭔지 논쟁하다 시간을 보냈다”고 비판했다.

2년 전부터 전술핵무기 한국 재배치를 주장해 온 정 전 대표가 이날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권리 행사’라는 극약 처방까지 들고 나온 것은 북한이 핵이나 재래식 무기로 위협하는 상황이 3∼5년만 지속되면 한국인의 자유분방한 기운이 소진되고 나라 전체의 정치 경제 문화가 쇠퇴할 것이라고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국인이 느끼는 핵 위협은 쿠바 핵 위기 때 미국인이 느낀 것의 1000배”라고 보는 정 전 대표는 NPT 탈퇴 카드에 대해 “총기규제 자치단체의 우량 회원이 생존을 위해서 잠시 단체에서 탈퇴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핵으로 무장한 불량국가로부터 심각한 위협을 당하는 한국이 이 정도의 재량권은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과 동북아 핵 도미노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는 중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북한을 변화시키도록 나서게 만들겠다는 구상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정몽준#한미동맹#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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