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10이닝 26K 고교생… 어린 어깨 망가지면 어쩌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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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대구 상원고 3학년 좌완 투수 이수민은 7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3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기에서 10이닝 동안 삼진 26개를 잡아냈다. 역대 고교 야구 최다 탈삼진 기록이다. 대한야구협회(KBA)는 이수민에게 특별상을 주기로 했다.

문제는 이수민이 이 경기에서 공을 162개나 던졌다는 것. 이 때문에 일부 고교 야구팬 사이에서 혹사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투구 수나 이닝 수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장윤호 KBA 홍보이사는 “고교 야구 선수들의 투구 제한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며 “현재 고교 야구는 주말에만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162개를 던졌다고 해도 1주일 정도를 쉰다. 이 정도면 정상적인 로테이션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만 15세 이상 선수에 대해 투구 수를 제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KBA는 그 대신 초등학생 선수에 대해서는 이닝 수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한 고교 야구 감독도 “투구 수를 제한하면 선수들은 상대 투수들의 투구 수를 늘리는 데만 모든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러면 경기력이 턱 없이 떨어질 것”이라며 “선수층이 얇은 팀은 그냥 지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고교 야구 혹사 논란은 최소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BA는 1984년 한 경기에 5이닝 이상 던진 선수는 다음 경기에 투수로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을 만들어 시행했지만 2년 만에 폐지했다. 이 규정 탓에 완투형 투수가 나오지 못하고 전력과 상관없는 경기가 너무 많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 워싱턴은 3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런데 15승을 거둔 에이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25)는 로스터에서 빠졌다. 팔꿈치 부상 전력을 감안해 구단에서 젊은 에이스의 한계 투구 이닝을 엄격하게 제한했기 때문이다. 워싱턴은 결국 1라운드(디비전시리즈)에서 2승 3패로 탈락했다.

과연 어떤 선수 한 명은 팀 전체보다 중요할 수 있는가. 덤불 속 새 두 마리 대신 손 안에 든 새 한 마리를 고집하는 건 어리석은 일인가. 이 모든 변수를 무시하고 그저 혹사는 무조건 악이라고 말하는 건 너무 쉬운 선택인지도 모르겠다.

황규인 스포츠부 기자 kini@donga.com
#고교 야구#투수 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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