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훈장 동백장은 4000만원”… 직능연합 ‘훈-포장 장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포상 추천후 “3일내 행사비용 내라” 지난해만 찬조금 1억4430만원 걷어
행사엔 1380만원 쓰고 판공비로 펑펑… 기부금 안내면 아예 심사대상서 제외
소속단체가 진정… 정부 조사 착수

법정단체인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가 정부의 훈·포장을 추천해주는 대가로 회원들에게서 수백만∼수천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정부가 조사에 나섰다.

9일 감사원과 안전행정부 등에 따르면 연합회는 자체 규정을 통해 훈·포장과 대통령·국무총리표창 후보들에게 포상행사인 ‘1000만 직능 경제인 대회’ 개최 비용 분담 명목으로 수백만∼수천만 원을 부과하고 이를 포상 추천이 확정된 후 3일 안에 납부하도록 했다.

지난해 한 협회의 회장권한대행은 국민훈장 동백장 추천이 확정된 뒤 연합회에 4530만 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소속 임원이 같은 훈장을 받은 모 협회는 연합회에 4000만 원을 냈다고 한다. 지난해 소속 인사가 훈장보다 한 단계 낮은 국민포장을 받은 한 협회는 1300만 원을 냈으며 대통령표창 수상자를 배출한 7개 협회는 총 4500만 원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회는 2004년 제정된 ‘직능인 경제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를 둔 직능 단체들의 연합체다. 연합회의 추천에 따라 매년 수십 건의 정부 포상이 나가며 지난해까지 연간 수천만 원의 국고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연합회는 정부 포상 대가로 거액의 기부금을 받는가 하면 일부 단체에 집중된 나눠먹기식 포상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수상자 선발을 담당하는 공적심사위원회는 14개 항목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평가하지만 이 중 ‘기부금’ 항목이 가장 많은 비중(300점 중 50점)을 차지한다. 일부 포상의 경우 협회에 기부금을 안 내면 아예 심사 대상에서 배제된다.

돈이 있어야 포상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유흥주점들의 모임인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소속 인사들이 최근 2년 동안 5명이나 대통령표창 이상의 포상을 받는 등 재정이 넉넉한 일부 단체에 포상이 집중되는 실정이다.

내부 규정에 따르면 연합회는 훈장 추천 대상에게 행사비용의 50%, 포장과 대통령표창 대상에게 20%, 국무총리표창 대상에게 10%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행사비용은 명목일 뿐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연합회는 행사 찬조금으로 1억4430만 원을 걷었지만 행사에 들어간 돈은 1380만 원으로 10%도 안 된다. 나머지는 협회 운영과 판공비 등으로 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안전행정부는 연합회에 ‘포상이 몇몇 단체를 중심으로 중복 수여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연합회 추천으로 수여되는 포상을 2011년 67개에서 지난해 49개로 크게 줄였다. 하지만 연합회의 행태는 개선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일부 소속 단체가 청와대 감사원 안전행정부 등에 진정을 내며 외부에 알려졌다. 정부가 조사에 착수하면서 연합회 대표인 총회장은 취임 8개월 만에 사표를 냈으며 연간 수천만 원씩 받던 정부 지원금도 전액 삭감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회 관계자는 “행사를 호텔 등에서 하다 보니 식대가 많이 들어 비용을 수상자들이 부담한 것”이라며 “수상자 중 돈을 안 낸 사람도 있다”고 해명했다. 또 “협회 운영이 어려워 행사를 치르고 남은 돈을 운영비로 썼지만 유용하거나 횡령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반론보도문]

본보는 4월 10일자 A12면 ‘직능연합 훈·포장 장사’ 제목의 기사에서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가 정부에 훈·포장을 추천해 주는 대가로 회원들에게서 금품을 받은 의혹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는 “포상 규정상 공적심사기준에 따라 훈·포장 대상자를 추천하여 왔을 뿐, 훈·포장 장사를 하거나 대가성 찬조금을 받은 사실이 없으며 기부금 역시 정관에 따라 투명하게 집행하고 있다”고 알려 왔습니다.
#국민훈장#동백장#직능연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