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수의 가치 위협하는 세 보수 단체의 비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0일 03시 00분


한국자유총연맹의 사무총장 등 간부들이 억대의 국고보조금을 엉뚱한 일에 쓰거나 개인적으로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재향군인회 간부들은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 없이 단기 이자 수익만을 노린 대출사업을 하다가 약 4000억 원을 날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 과정에서 뇌물도 오갔다. 최근덕 성균관 관장은 직원에게 수억 원의 국고보조금 유용을 지시하고 공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됐다.

세 기관의 성격상 모두 국민에게 모범이 되어야 할 곳에서 비리가 터졌다. 겉으로 드러난 비리보다 드러나지 않은 비리가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성균관은 도덕과 자기 수양을 강조하는 한국 유교의 본산(本山)이 아닌가. 이번 사건을 예사롭게 보아 넘길 수 없는 이유다.

61년 역사의 재향군인회는 법적으로 공인된 육해공군 예비역들의 단체다. 회원이 850만 명에 이른다. 회원 간 친목 도모와 상부상조, 나아가 국가 발전과 사회 공익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정부가 매년 수백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하에 8개 기업을 두고 있는 등 자체 수익 사업도 활발하다. 이권이 있다 보니 비리와 특혜 시비, 회장 선거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경영은 방만하기 짝이 없다. 정부의 관리 감독도 허술하다.

한국자유총연맹은 59년 역사에 150만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이념단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지회와 지부를 둘 정도로 조직이 크고, 한국산업개발을 운영하는 등 수익 사업도 벌인다. 매년 10억 원이 넘는 국고보조금도 받는다. 이런 곳일수록 공익을 중시하고, 조직 운영이 반듯해야 하건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국민의 신망을 상실한 조직은 아무리 설립 목적이 숭고해도 존재의 당위성을 잃는다. 비리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세 곳 모두 살을 도려내는 아픔이 있더라도 철저한 쇄신에 나서야 한다. 공교롭게도 세 곳 모두 보수(保守)의 상징 같은 기관들이어서 보수의 얼굴에도 먹칠을 했다. 보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기 개혁이 필요하다.
#보수 가치#보수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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