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드 “관객이 지칠까봐 배려? 난 숨쉴 틈 안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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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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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의 프로듀서 DJ 제드, 첫 단독 내한공연서 인상적 무대

8일 오후 만난 레이디 가가의 새로운 프로듀서 제드는 “어젯밤에도 전날 공연 영상을 돌려보며 회의를 했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늘 나 자신을 돌아본다”고 했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8일 오후 만난 레이디 가가의 새로운 프로듀서 제드는 “어젯밤에도 전날 공연 영상을 돌려보며 회의를 했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늘 나 자신을 돌아본다”고 했다. 유니버설뮤직코리아 제공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올 하반기에 낼 세 번째 정규앨범 ‘아트팝(ARTPOP)’의 프로듀서로 스물네 살의 어린 DJ를 기용했다.

8일 오후 서울 광장동의 호텔에서 요즘 세계 음악계의 마천루를 달리고 있는 러시아계 독일인 DJ 제드(Zedd·본명 안톤 자슬라브스키)를 만났다. 인터뷰 전 “단 20분만 만나자”던 그의 제안은 가가만큼 도도했지만 막상 얼굴을 마주한 그는 천진난만한 소년 같았다.

제드는 “해외 순회 공연을 하는 동안에도 레이디 가가와 수시로 인터넷을 통해 음악적 아이디어를 나눈다”고 했다. “가가는 늘 10곡 정도의 아이디어를 갖고 자문해 와요. 그걸 제가 90초짜리 음악으로 구체화하면 가가가 다시 반응을 보이죠. 그의 머릿속에 든 음악을 정확히 끄집어내기 위해 헤비메탈이든 인더스트리얼 음악이든 여러 가지를 계속합니다.”

지난해 가가의 첫 내한 공연 무대에도 함께 섰던 제드는 7일 오전 1시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의 워커힐 시어터에서 DJ로 첫 단독 내한 무대를 꾸몄다. 500여 명의 관객 앞에 선 제드는 요즘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계의 전형을 교묘히 피하면서도 자극적이고 현란한 디제잉을 쏟아 냈다. DJ로서 자신만의 차별점에 대해서 제드는 “다른 DJ가 같은 시간에 20곡을 붙여 틀 때 난 60곡을 콜라주해 쉴 새 없이 클라이맥스를 만들어 낸다. 관객이 지칠까 봐 배려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에서 태어난 제드는 네 살 때부터 드럼과 피아노를 연주했다. 10대 초반 밴드를 조직했다. 성인이 되던 2009년에야 뛰어든 전자음악계에서 단기간에 명성을 얻었다. 스크릴렉스, 블랙 아이드 피스의 곡에 이어 가가의 곡까지 리믹스해 가가에게 전격 발탁됐다.

어린 나이에 성공했다고 하자 제드는 정색했다. “전 이미 음악을 15년 동안 만들어 왔는걸요.” 그는 “DJ가 전부 대동소이한 장비와 노트북 컴퓨터로 음악을 만들지만 남들과 똑같이 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적당히 유명해져서 좋은 차를 사려는 사람에겐 성공도 딱 거기까지죠. 음악 만드는 걸 사랑해야죠. 이만큼 성공을 못 했다고 하더라도 전 지금 똑같이 행복할 거예요.” 아이돌 같은 풍모의 그가 애어른처럼 느껴졌다.

제드는 지난겨울, 케이팝과도 인연을 맺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연말 결산 가요 프로그램에서 제드의 히트 곡 ‘스펙트럼’을 재해석해 부른 것이다. 제드는 “SM 쪽에서 재해석한 완성본을 받아봤는데 아주 잘해서 놀랐다”고 했다.

가가의 새 음악에 대한 질문에 제드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았다. “아주 뛰어나고 창의적일 것”이라는 말 외에는. 그는 가가에 대해 “어떤 음악인보다 더 음악적인 사람”이라며 “악기 연주, 작곡, 가창에 대해 누구보다 근본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는 뮤지션이자 아티스트”라고 했다. 제드는 가장 영향을 많이 준 뮤지션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킹 크림슨, 제너시스, 딥 퍼플, 퀸, 조지 벤슨 같은 클래식한 록, 재즈 뮤지션들을 줄줄이 읊었다.

첨단 장비를 다루며 첨단 팝스타와 작업하는 그에게 21세기 음악의 미래를 물었다. 첨단적인 답이 나올 것 같아서.

“DJ는 트렌드를 지켜보는 직업이지만 전 좀 다른가 봐요. ‘강남스타일’이 떴지만 ‘할렘 셰이크’(‘강남스타일’ 이후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댄스곡)가 인기를 금방 물려받았죠. 사람들은 금방 싫증을 느낍니다. 50년 뒤에도 통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비틀스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잖아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레이디 가가#아트팝#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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