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펀드 조성 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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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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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첫공판서 1심 진술 번복…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어” 사과

회삿돈 46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최태원 SK㈜ 회장(53·사진)이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해 개인 투자를 위한 펀드 출자금 조성에 관여한 사실을 시인하고 진술 번복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펀드 업무를 총괄하던 김준홍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출자금을 인출해 최 회장의 개인 선물투자를 담당하던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게 송금한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며 횡령 혐의는 계속 부인했다. 그동안 최 회장은 “펀드 조성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8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최 회장 측 변호인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진실에 반하는 내용을 진술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잘못을 반성한다”며 “검찰 수사와 1심 공판 당시 펀드 출자금을 조성한 자가 횡령 혐의의 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불가피한 선택(허위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도 발언 기회를 얻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사죄 드린다”고 했다.

최 회장 측은 그룹 총수가 거액의 계열사 자금 흐름을 몰랐다는 것이 전체적인 변론의 신빙성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1심 재판부가 공소사실의 핵심인 횡령을 유죄로 봤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항소심에서는 부인하기 어려운 정황은 사실대로 시인해 “횡령을 몰랐다”는 주장의 설득력을 높이려고 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동생 최재원 SK㈜ 수석부회장(50)도 이날 허위 진술에 대해 시인했다. 최 부회장 측 변호인은 “최 부회장이 최 회장 대신 ‘방어막’이 되기로 결심하고 수사기관과 재판에서 거짓말을 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동안 최 부회장은 펀드 출자와 인출 모두 자신이 주도했고, 최 회장은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도박과도 같은 개인 투기자금 마련을 위해 저지른 범죄에 대해 피고인들이 황당한 진술 변경을 일삼고 있다”며 “허위 진술과 위증, 수사방해에 대해 추가 책임을 물어 거짓말 퍼레이드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강경석·전지성 기자 coolup@donga.com
#최태원#항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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