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利에 눈먼 재향군인회… 부실대출 4000억 회수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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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대출받아 20% 先이자 PF대출… 사업성 검토없이 6년간 6185억 집행
향군간부-시행사 대표 등 13명 기소

복마전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재향군인회가 고리 대출사업을 하다 수천억 원을 회수하지 못해 관련 간부들이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사업성 검토 없이 단기 이자 수익만을 노리고 대출을 했다가 채권이 부실화되고 뇌물까지 받은 데 따른 책임을 지게 된 것이다. 매년 수백억 원의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향군의 방만한 운영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강남일)는 안모 전 사업개발본부 주택부장 등 향군 간부와 시행사 대표 5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배임 및 사기) 등으로 구속기소하고 윤모 사업개발본부장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향군은 2004년 신규 수익사업을 발굴한다는 명목 아래 ‘사업개발본부’를 직영사업체에 추가하고 대출 사업을 시작했다.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은행에서 6∼8% 이자로 대출을 받은 뒤 건설 시행업자들에게 20% 고리로 선이자를 떼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했다.

2004년 사업을 시작할 때 10개 사업장에 2415억 원을 대출해줬고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대출규모도 점차 커졌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하는 사업장이 생겼지만 향군은 추가 대출을 하며 부실 채권을 돌려 막았다. 결국 2010년 10월 PF 대출 사업을 정리했지만 대출금 6185억 원 중 3968억 원은 회수하지 못했다.

부실 대출의 원인은 부실 심사였다. 투자심의실무위원회와 수익사업심의위원회는 대출을 해줄 사업장의 위험성이나 사업성보다는 단기 이자수익만을 고려했다.

8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2011년 국가보훈처의 ‘재향군인회 직영사업 추진실태 감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심의위원회는 감정평가사나 부동산 전문회사 임원 등 외부 전문가 없이 사업개발본부 부서장만으로 구성돼 있었다. 사업개발본부 직원의 65%는 군 출신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사업개발본부장은 담보 제공도 안 된 평택 아웃렛 매장 사업장에 150억 원을, 이미 부도난 사업계획서를 다시 제출한 안산 워터파크 사업장에 220억 원 등 370억 원을 대출했다. 대출 부실화를 우려한 감독기관(국가보훈처)이 신규 대출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는데도 2010년 2월에는 태백의 한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50억 원을 신규 대출했다. 이 대출 과정에 관여한 안 주택부장은 평택·안산 사업장 시행사 대표로부터 대출을 대가로 5억 원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도 받고 있다.

경남 창원의 주상복합 신축사업 시행사 대표 이모 씨는 재무제표와 도급순위 등을 허위로 작성해 430억 원을 사기 대출받고 그 대가로 안 부장에게 1억 원을 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주동의서를 허위로 제출해 130억 원을 사기 대출 받은 서울 을지로 사업장 시행사 대표 신모 씨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과 감사원에 따르면 향군은 금융업을 하면서도 금융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았다. 사업 보안 유지라는 이유로 자체 감사도 받지 않았다. 그 사이 향군의 부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예비역 850만 명을 회원으로 둔 향군은 1952년 설립된 이후 수익사업과 정부 지원으로 운영돼 왔다. 지난해 예산 355억 원 중 70.1%인 249억 원이 정부 보조금이다. 하지만 무리한 투자로 6819억 원의 부채(2011년 기준)를 져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재향군인회#부실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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