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 수첩] 류현진 143km 첫 홈런 교훈…이제 나홀로 야구 버려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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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9일 07시 00분


LA 다저스 류현진이 8일(한국시간) 피츠버그를 상대로 데뷔 첫 승을 따낸 뒤 라커룸에서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다저스 트위터
LA 다저스 류현진이 8일(한국시간) 피츠버그를 상대로 데뷔 첫 승을 따낸 뒤 라커룸에서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다저스 트위터
LA 다저스 제2선발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류현진(26)이 단 2경기 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한국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서 98승을 따내고 미국으로 건너왔으니, 이제 1승만 보태면 한·미 통산 100승의 금자탑을 쌓게 된다.

2번의 선발등판 경기에서 류현진은 많은 것을 경험했다. 10안타를 내준 샌프란시스코전에선 패전의 아픔을 겪었다. 비록 홈런을 허용하고 볼넷 2개를 내줬지만 6.1이닝을 3안타 2실점으로 묶은 피츠버그전에선 승리의 짜릿함을 맛봤다.

류현진의 올 시즌 목표는 두 자릿수 승리와 신인왕이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낀 그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한화 시절과는 확연히 달라져야 한다. 타선은 터지지 않고, 불펜은 무너지기 일쑤였던 한화 시절의 그는 혼자 힘으로 팀의 승리를 이끌어야 했다. 투구수 100개를 넘기는 것은 다반사였고, 181차례의 선발등판 경기에서 27차례나 끝까지 책임졌다.

그러나 다저스에선 상황이 다르다. 시즌 초반이지만 다저스는 ‘투수왕국’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홈 6경기에서 다저스 불펜은 13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내내 호조를 보일 순 없겠지만, 마무리 브랜든 리그를 비롯해 로날드 벨리사리오, JP 하웰, 켄리 젠센 등으로 구성된 다저스 구원진의 실력은 빅리그에서도 최정상급이다.

샌프란시스코전을 마친 뒤 류현진은 “안타를 비록 많이 맞았지만 투구수가 많지 않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늘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경우가 많았던 한화 시절의 생각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발투수라면 누구나 이닝이터를 꿈꾼다. 류현진도 충분히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매 경기 6회 정도까지만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투구수에 연연하지 말고 매 이닝 전력투구를 해야 한다.

피츠버그전에서 류현진의 직구 최고 구속은 93마일(약 150km)까지 찍혔다. 그러나 1회에는 앤드루 매커친에게 홈런을 허용한 89마일(약 143km)이 최고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몸이 덜 풀려서 속도가 덜 나온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2회부터는 투구 내용이 달라졌다. 대부분의 직구는 91마일(약 147km) 이상 나왔다. 그만큼 전력투구를 했다는 방증이다.

6일에 1번 선발로 나선 한화 시절에는 위기의 순간에만 전력투구를 했을 뿐, 경기 초반에는 체력을 안배하며 공을 던져도 통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다르다. 1회부터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류현진의 ‘나 홀로 야구’는 이제 다저스에선 버려도 된다.

다저스타디움(LA)|손건영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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