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北 겨냥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보아오 포럼 개막연설서 경고… AFP “北 위협에 관용없다 메시지”
“아시아 지역 안정, 새 도전에 직면… 평화적 대화로 갈등 풀어나가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7일 “어느 일방이 사익(私益)을 위해 지역과 세계 전체를 혼란에 빠뜨려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북한을 겨냥한 강력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이날 하이난(海南) 성 싼야(三亞)에서 열린 ‘보아오(博鰲) 아시아 포럼’ 개막 연설에서 “아시아 지역 안정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전통적인 안전위협과 비전통적인 안전위협이 모두 나타나고 있다”며 “이 지역의 장기 안정을 위해 지역 국가들의 상호 신뢰와 공동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나라가 크냐 작냐, 강대국이냐 약소국이냐, 부국이냐 빈국이냐에 상관없이 모두 평화의 수호자와 촉진자가 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평화 없이는 발전을 논할 수 없다”며 “각국이 대화와 협상, 평화적 담판으로 모순과 갈등을 해결하면서 관계 발전을 이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꽃 한 송이가 핀다고 봄이 오는 게 아니다. 많은 꽃이 함께 피어야 봄이 무르익는다”며 각국이 함께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주문했다.

시 주석이 언급한 ‘어느 일방’이 누구를 가리키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다소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아시아태평양 회귀를 선언한 미국을 지목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AFP통신은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이) 개별 이익을 위해 혼란을 자초하면 더이상 관용을 베풀 수 없다는 신호를 전달했다”고 풀이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핵 도발을 자제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져 왔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시 주석은 1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특사단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북한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반대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에 앞서 6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어느 나라라도 도발적인 언행으로 중국의 현관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北京)대 주펑(朱鋒)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선언은 중국이 참을 수 있는 한계를 건드렸다”며 “중국은 북한의 위협이 한반도 일대에 미군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중국 공산당과 군부에서 북한 문제 처리를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통화 등을 통해 시 주석에게 중국이 북한을 억제하지 않으면 역내 미군 배치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주지시켰다고 보도했다.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 포럼은 2002년 처음 시작됐으며 올해는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 등 해외 정상 10명을 포함해 43개국 2500여 명이 참석했다. 6일 개막해 7일 본회의를 열었으며 8일 폐막한다. 한국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시진핑#보아오포럼 연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