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측근 - 탁신 前부인도 ‘검은돈’ 들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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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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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국 버진아일랜드 파문 확산
러 부총리-프랑스 그로망가문도 연루… 조세피난 서비스업체서 정보 나온 듯
한국도 명단 요청했으나 거부 당해
올랑드, 동료 의혹에 “법대로 처리”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재산을 은닉한 인사들을 5일 추가 공개했다. 거물급 인사의 이름이 속속 발표되면서 각국 전현직 지도자들은 곤혹감 속에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조지아의 비지나 이바니슈빌리 총리와 러시아의 이고리 슈발로프 제1부총리의 부인이 BVI에 재산을 묻어둔 것으로 들통 났다. 슈발로프 측은 “재산 신고 명세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라고 반박했지만 야권은 검찰 고발을 예고하는 등 정치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슈발로프의 2011년 기준 개인소득은 약 147억 원으로 가장 부유한 각료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발레리 골루베프 가스프롬 부회장 등 주요 국영기업 경영진도 BVI에 재산을 감춘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 언론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 다수 연루되면서 푸틴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하던 역외투자 근절 정책의 날개가 꺾였다고 보도했다.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전 부인 포자만 나폼베지라도 2007년 BVI에 설립된 기업 한 곳을 인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탁신 부부가 이혼했을 때 태국에서는 재산 보호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아들인 마하티르 미르잔의 이름도 공개됐다. 동남아에서 여러 기업을 운영하는 미르잔은 1997∼2009년 BVI의 여러 회사에 주주와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프랑스에서는 중저가 의류매장 체인인 ‘셀리오’와 ‘제니퍼’ 등을 소유하고 있는 그로망 가문이 2003년 이곳에 위장회사를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그로망 가문은 잡지 ‘샬렁주’가 발표한 프랑스 부자 순위에서 186위에 올라 있다. 프랑스 유명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의 전 남편인 군터 작스(2011년 사망)도 막대한 재산을 은닉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까지 공개된 인사에 대해 각국에서는 후속조치에 나서고 있다. 선거를 함께 치른 동료가 탈세 의혹을 받게 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필리핀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큰딸 마리아 이멜다 마르코스 마노톡의 비밀계좌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필리핀 정부는 과거 마르코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을 조사하다가 중단한 바 있다.

BVI에 200만 달러를 은닉한 것으로 드러난 페이너 머천트 캐나다 상원의원의 남편이자 변호사인 토리 머천트는 국세청 조사를 받게 됐다.

영국 정부는 여론의 압박이 높아지자 신속한 조사를 약속했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정부는 세금을 회피해 온 사람들을 방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글로벌 위트니스’는 “정부는 탈세와 부패범죄를 조장하는 역외 회사들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VI에서 대규모의 검은돈 은닉이 가능한 것은 커먼웰스트러스트(CTL)와 트러스트넷 등 관련 서비스를 비밀리에 제공하는 업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이 같은 업체가 수십 곳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7일 전했다.

한편 국세청은 5일 “ICIJ가 공개한 재산 은닉자 명단을 입수하기 위해 국내외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며 “한국인 명단이 나올 경우 탈세가 이뤄졌는지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ICIJ측은 5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한국 독일 그리스 캐나다 미국 등 각국이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푸틴#검은돈#버진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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