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기억이 다시 찾아와… 돌고 돌아 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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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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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고바람 타고 LP 대중화 조짐
전람회 1집-조용필 새 앨범 LP로… 2AM 등 아이돌 그룹까지 가세
음반-턴테이블 높은 가격이 걸림돌

‘서연(수지)이 승민(이제훈)에게 CD를 빌려준다. 가난한 승민의 집엔 CD 플레이어가 없다. 승민은 듣지도 못하는 앨범을 턴테이블 위에 올려둔다. 그는 이별의 의미로 서연에게 CD를 돌려준다. 다음 해, 서연은 승민을 위해 빈집에 CD 플레이어를 놓아둔다.’

서연과 승민의 애틋한 첫사랑을 다룬 영화 ‘건축학개론’에 삽입된 노래 ‘기억의 습작’을 LP 레코드로 다시 들을 수 있게 됐다. 음반사 열린음악은 ‘기억의 습작’이 담긴 전람회 1집을 다음 달 말 LP로 낸다. 남성 듀오 전람회(김동률 서동욱)의 이 음반은 1994년 CD와 카세트, LP로 발매됐지만 LP는 일찌감치 절판됐다. 음반사는 대중성을 고려해 초판 물량을 1000장 정도로 잡고 있다. 그동안 LP 재발매가 300∼500장에 한정된 것과 비교된다.

가난 때문에 주눅 들어 있던 승민이 이젠 서연에게 당당히 턴테이블(LP 플레이어)을 선물할 차례다. 올해가 국내 LP 시장 비약의 해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마니아 취향을 넘어 대중성을 지닌 LP의 발매가 잇따르고 있다. 디지털 음원의 인기로 CD 판매량은 줄지만 소장 가치를 높인 LP 판매량은 오히려 느는 미국처럼 국내에서도 LP가 대중매체의 지위를 회복할지 주목된다.

새 앨범 ‘헬로’를 23일 LP로도 내는 조용필의 소속사 YPC프로덕션 조재성 실장은 “수집가를 위한 한정판이 아니라 CD처럼 계속 찍어낸다는 생각으로 발매할 것”이라며 “벌써 LP 구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22일에는 들국화 1, 2집과 라이브 앨범도 LP로 발매된다.

전람회, 들국화, 조용필의 이번 LP 발매는 턴테이블 보급→더 많은 가수의 LP 발매→LP 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국내 LP 소비는 마니아에 한정돼 있었다. 1990년대 중반 CD의 인기에 밀려 LP의 대량생산이 중단된 이후 옛 희귀음반의 복각과 재발매, 해외 음반 수입이 LP 시장의 대부분을 점했다. 지난해 2AM 같은 아이돌도 LP 제작에 합류했지만 제한된 팬덤을 겨냥한 것이었다.

가격 조절과 턴테이블의 대중화가 관건이다. 최근 발매되는 LP의 소비자가격은 4만 원대. 패티 김의 은퇴 기념 한정판은 LP 1장과 CD 1장에 약 14만 원이다. 김봉현 오픈뮤직 대표는 “까다로운 마니아의 입맛에 맞추려다 보니 해외 주문 제작을 많이 한다. 운송비와 인건비가 높아 단가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음악계의 경우 2008년 LP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음악과 뮤직비디오 판매량을 집계하는 닐슨사운드스캔에 따르면 2007년 99만 장이던 미국 내 LP 판매량은 2008년 188만 장으로 89% 늘었다. 이후 매년 10∼30%대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비틀스, 라디오헤드,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 재발매가 턴테이블 보급을 견인한 뒤 플리트 폭시스, 멈퍼드 앤드 선스, 본 이베어 같은 젊은 음악인의 LP가 소비층 다변화를 이끌었다. 지난해엔 30대 록 뮤지션 잭 화이트의 새 앨범이 3년째 절대강자였던 비틀스의 ‘애비 로드’를 제치고 LP 판매량 1위에 올랐다. 국내에는 LP 판매량을 집계하는 통계가 없다.

김영혁 김밥레코즈 대표는 “미국에서는 10년 안에 LP 판매량이 CD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며 “한국도 중견 인기 가수와 아이돌의 시장 진입이 계속되면 LP 대중화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LP#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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