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실버, 1517km 걷기 대장정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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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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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걷기 모임 ‘한사모’ 회원 91명, 6년간 11차례 걸쳐 한반도 둘레길 걸어
“인생은 도전… 北둘레길까지 걸었으면”

노인 걷기 모임인 ‘한밤의 사진편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6일 오후 대한민국 둘레 걷기 종착지인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 도착했다. 이들은 6년간 1517km의 길을 걸어서 완주했다. 파주=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노인 걷기 모임인 ‘한밤의 사진편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6일 오후 대한민국 둘레 걷기 종착지인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 도착했다. 이들은 6년간 1517km의 길을 걸어서 완주했다. 파주=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있다.//길이 끝나는 곳에서도/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스스로 봄 길이 되어/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정호승의 시 ‘봄길’ 중에서)

비가 내린 6일 경기 파주시 문산읍 사목리에서 임진각으로 향하는 길목. 주홍색 점퍼에 초록 베레모를 쓴 노인 70여 명이 좁은 논밭길을 걷고 있었다. 일행 중 박해평 씨(64)의 입에서 정 시인의 시 구절이 흘러나왔다. 이들은 노인 걷기 모임인 ‘한밤의 사진편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한사모) 회원들. 강원 고성에서부터 서해안 남해안 동해안을 거쳐 대한민국의 둘레 총 1517km를 걸어서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2008년부터 총 11차례에 걸쳐 걷기를 계속해 왔다. 이날이 바로 ‘걷기 대장정’의 마지막 날.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지만 최종 목적지인 임진각으로 향하는 이들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오후 1시 10분경, 임진각 ‘자유의 다리’에 다다르자 일행은 너나 할 것 없이 “만세”를 합창했다. 윤정자 씨(67·여)는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 드디어 끝났구나 하는 뿌듯함이 더 컸다. 이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회원들은 임진각에 전시된 녹슨 경의선 증기기관차 앞에 모여 “가고 싶다, 저 북녘 땅 끝까지”라고 외치며 기념촬영을 했다. 이들은 통일이 되면 한국의 U자형 해안에 북한까지 연결해 O자형 걷기를 완성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한사모 회원들이 조국의 둘레를 따라 걸을 때 만난 사람들은 “왜 그렇게 힘든 일을 사서 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했다. 손홍문 씨(66)는 “일부에선 ‘미쳤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저 웃으며 묵묵히 걸어 여기까지 왔다. 할머니, 할아버지지만 이런 호칭에 서러운 마음이 든다. 우리도 걷고 싶고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회원들의 평균 연령은 72세. 은퇴한 부부를 중심으로 구성된 모임이다. 함수곤 대표(73)가 발행하는 ‘한밤의 사진편지’라는 포토에세이를 e메일로 받아보는 사람들이 만든 오프라인 모임으로 출발했다. 2006년 5월 함 대표 부부가 서울역에서 고향 전주까지 걷기 여행을 떠난 것을 계기로 주말마다 걷기 모임을 운영했다. 2008년 ‘대한민국 U자형 걷기’를 시작했다. 회원 91명이 11차례의 걷기 여정에 부분적으로나마 모두 동참했다. 계속 참여해 오다 지난달 다리를 다쳐 목발을 짚게 된 진풍길 씨(73)는 이날 자동차로 일행을 따라오며 끝까지 함께했다. 영국 교포 정인자 씨(56·여)도 이번 행사를 위해 참석하는 등 한사모 회원들의 ‘걷기 사랑’은 대단했다. 윤종영 씨(77)는 “인생이란 도전이다. 늙었다고 포기할 게 아니라 노력하면 얻는 게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새로운 인생의 황혼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파주=주애진 기자 jaj@donga.com
#한사모#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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