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7만2000가구…“주택 가격 하락이 문제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7일 14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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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명지대 교수, "무리한 대출이 근본 원인"
"하우스푸어 정책수혜, 실제 거주자에 국한해야"

김준형 명지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하우스푸어가 7만 2000가구에 달한다.

김 교수는 최근 도시정책학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하우스푸어의 개념과 추정 및 정책진단'이라는 연구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금융부문을 토대로 전국 1795만 가구 중 0.4%인 7만 2000가구가 '상환위험가구(하우스푸어)'라고 추산했다.

잠재적 위험 계층인 상환부담가구(1.43%, 25만 7000가구)를 포함하면 32만 8000가구에 달하는 셈이다. 자가가구(전체 56.54%) 중에서는 0.7%다. 이중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가구(14.89%) 중에서는 2.69%로 나타났다.

여기서 하우스푸어는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 비중이 높은 대출자로 김 교수는 정의했다.

김 교수는 높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으로 대출원리금을 상환하기 위해 필수 지출을 줄이는 과정에서 실질적 빈곤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DTI 30% 미만이면 상환 가능가구, 30% 이상~60% 미만은 상환부담가구, 60% 이상은 상환위험가구로 봤다.

특히 상환위험가구는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7만 2000가구 중 수도권에 5만 300가구가 비수도권에 1만 9000가구가 거주했다.

또 상환위험가구일수록 가구주 연령도 높게 나왔다. 3만 5000가구가 55세 이상, 2만 가구가 45세 미만 등순으로 집계된 것.

소득수준도 상대적으로 낮아서 상환가구 중 39%가 저소득층인 소득 1분위였다. 반면 고소득층인 4~5분위도 38%에 달했다.

아파트가 주택유형에서는 절반 이상인 3만 9000가구를 차지했다. 수도권은 아파트가 대부분, 지방은 주택과 빌라 등이 혼재됐다.

상환위험가구는 상환가능가구에 비해 대형면적 거주 비율이 높았다. 상환가능가구 전용면적 145㎡ 이상 거주비율은 4%인 반면 상환위험가구는 3배 가량인 13.5%에 달했다.

주택가격도 높았다. 6억 원 이상 주택 거주비율은 전자는 2.8%인 반면 후자는 5배 가량인 14.7%를 차지했다.

다만 대출잔액은 상환위험가구와 다른 집단 간 큰 차이가 없었다.

2억 원 이상 대출잔액이 있는 가구 비율이 상환위험가구는 9.9%인 반면 상환가능가구는 4.7%였다. 오히려 담보인정비율(LTV)은 상환위험가구가 낮았다. LTV비율이 50% 미만인 가구는 상환위험가구는 92.4%인 반면 상환가능가구는 81.2%였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하우스푸어 문제는 주택 가격 하락이 아니라 대출 시점에서 무리했던 대출(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중)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 근거로 주택가격 하락은 소득보다는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대출상환액이 늘지도 않았다는 점을 설명했다.

지난해 전체 가계대출 중 95.8%가 변동금리 대출인데 주택가격 하락은 금리 하락을 동반했다는 것이다. 실제 금리는 2009년 이후 4~5% 대에서 완만한 하락세를 그렸다.

그래서 하우스푸어 정책 대상을 1가구 1주택자 특히 거주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했고 실제 거주하고 있는 가구로 한정시켜야한다고 그는 주문했다.

김 교수는 다주택자가 거주주택 외 주택을 처분해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데다 비거주 주택 담보대출은 가구의 주거 안정을 직접 위협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현재 대부분 정부 정책은 거주요건이 아닌 보유요건으로 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교수는 "하우스푸어 문제는 부실 채권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한 채무조정, 즉 금융권 자체 프리워크아웃으로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면서 "공공기관 개입은 그 다음 단계"라고 덧붙였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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