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전쟁 가능성”… 中-러까지 압박하며 심리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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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개국 대사 불러 철수 권고

예측과 전망이 거의 불가능한 북한의 위협과 도발이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수준을 넘어 ‘겉도 모르고, 속도 모를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평양 주재 공관까지 활용해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중거리미사일을 동해안으로 이동시키는 위협 시위를 하면서도 해외 투자자와 관광객들에게 ‘전쟁 위험 없다’며 유치 홍보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은 그동안 수많은 ‘벼랑 끝 전술’을 써왔지만 최근의 양상은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전술을 펴는 것 같다. 면밀히 분석해 차분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 평양 주재 공관에 “핵전쟁 대비하라”고 통보

북한이 평양 주재 공관들에 미국과의 핵전쟁 가능성을 운운하며 ‘공관 철수’를 사실상 권고한 것에 대해 정부 고위당국자는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한 심리전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북한의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어올리면서 그 근본 원인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새로운 전술’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1호 전투근무태세’ 명령 발령 △남북 전시상황 돌입 △개성공단 출입제한 등 위협 발언과 조치를 거의 매일 해왔다. ‘평양 주재 공관에 대한 철수 위협’은 이 같은 대남 대미 협박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한반도의 위기지수를 높이기 위한 의도라고 정부 관계자는 분석했다. 특히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 러시아 등을 상대로 한반도 상황을 이유로 철수까지 언급한 것은 전례 없는 행동이다. 윤덕민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이 전날 미국 백악관과 펜타곤(국방부)을 타격 대상으로 삼았다고 공개한 것에 이어 자신들의 우방국까지 위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 보지 못했던 치기 어린 행동”이라고 말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도 “중국 러시아 등 우방국까지 자신들의 전술에 끌어들인 것은 ‘북한에 과도한 조치를 취하지 말라’는 압박의 성격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매우 부정적인 방식으로 미국, 한국이 대북 대화에 나오도록 만들려는 전술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평양 주재 각국 대사관에 전달된 메시지의 내용이 조금씩 달라 정확한 상황을 파악 중이며 사안이 민감해 정확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에는 34개 공관이 있고, 평양에 있는 대사관은 24개다.

○ 고위당국자, “北, 결국 미사일 쏠 것”

한편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5일 “최근 북한이 동해안으로 이동시킨 무수단 중거리미사일은 단순한 위협이나 엄포가 아니며 실제 발사를 강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고위당국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한국과 미국의 강력한 대응태세로 북한의 ‘도발 카드’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북한은 미사일 발사나 추가 핵실험 등으로 위기를 고조시키는 수법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해도서 포격 같은 국지도발은 한미 양국 군의 즉각적이고 강력한 응징을 불러올 것으로 보고, 핵과 미사일을 통한 이른바 전략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군 당국은 북한이 동해안으로 이동시킨 미사일을 김일성 생일(4월 15일) 전후에 발사할 것으로 보이지만 수일 내 기습적으로 쏴 올릴 개연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 2기를 동해안의 원산지역으로 옮긴 뒤 이동식 차량발사대(TEL) 2대에 나눠 싣고 지하격납고와 연결된 군사시설에 숨긴 정황을 포착했다. 군 소식통은 “미국 KH-11 정찰위성 등 한미 정보자산들이 북한이 미사일을 숨긴 시설을 집중 감시 중”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 이지스구축함인 서애류성룡함과 율곡이이함을 동해와 서해에 각각 배치했다. 두 함정에는 최대 1000km 밖에서 쏴 올린 미사일의 비행궤도를 추적할 수 있는 레이더가 탑재돼 있다.

미국도 일본 동쪽 해상에 이지스함을, 서태평양에 탄도미사일 탐지 전용 레이더인 ‘SBX-1(해상 기반 X-밴드 레이더)’을 각각 배치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하고 있다.

○ 속 다른 북한, “전쟁 없다”며 외자 유치 홍보

이처럼 연일 전쟁 위협을 고조시키는 북한이 이런 전시(戰時)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행동들도 보이는 사실이 포착돼 한국 정부 당국이 의도 파악에 나섰다.

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금지했던 외국인 관광객의 모바일 인터넷(휴대전화로 인터넷 접속) 사용을 이달 초 다시 허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전문 여행사인 ‘영 파이오니어스’는 5일 “현재 북한에 머물고 있는 관광객은 모바일 인터넷을 정상적으로 쓰고 있다”며 “왜 다시 허용했느냐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 외국인 투자자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은 없다”고 ‘홍보’하며 적극적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중국 동북 3성에 집중적으로 무역 일꾼들을 내보내 ‘전쟁은 없으니 투자자와 관광객을 보내 달라’는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며 “긴장 수위를 높이면서도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도 1일 접촉한 함경북도 회령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26, 27일 ‘1호 전투근무태세’ 궐기모임이 있었지만 그 다음부터는 훈련이나 비상소집이 없이 잠잠한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일부 후방부대가 영농작업에 투입되기는 했으나 대남 공격을 담당하는 전방 포병과 미사일부대는 전투태세를 풀지 않은 상태이며 우리 군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워싱턴=정미경 특파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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