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 검열에 파업으로 맞섰던 ‘난팡주말’… 前 내부 검열자 양심고백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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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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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죽이지 말아야 할 원고를 죽였다”… 쩡리, 은퇴후 고향서 내출혈로 숨져

올해 초 당국의 검열에 항의해 파업을 일으켰던 중국의 진보적 주간지 난팡(南方)주말의 전 검열원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글을 남긴 뒤 급작스러운 내출혈로 숨졌다.

난팡주말에서 심독원(審讀員·사전 검열원)으로 일했던 쩡리(曾禮·61·사진) 씨는 지난달 28일 은퇴를 앞두고 사내 내부망에 올린 ‘고별사’에서 ‘최근 4년을 되돌아볼 때 나는 잘못을 저질렀다. 빼지 말아야 할 원고를 없앴고 삭제하지 말아야 할 내용을 삭제했다’고 고백했다.

심독원은 성(省)과 중앙 정부의 검열 규정에 어긋나는 기사가 실리지 않도록 신문 발행 전 기사를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난팡신문미디어그룹에 입사해 오랜 기간 일했던 그는 난팡일보의 지사장, 주임 등을 거쳐 4년 전부터 난팡일보의 자매지인 난팡주말의 심독원으로 일해 왔다.

쩡 씨는 “나는 정치적 사명을 다하지는 못해도 자신의 양심에 반하지는 말아야겠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며 “역사 앞에 죄인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런 마음의 다짐을 했던 그를 중국 당국은 그대로 놔두지 않았다. 난팡주말 올해 1월 3일자 ‘진정한 민주주의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당당한 감시’라는 내용의 신년 축사 ‘중국의 꿈, 헌정(憲政)의 꿈’이 갑자기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꿈에 근접해 있다’는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 찬양 글로 바뀌어 나가자 기자들은 총파업으로 맞섰다.

쩡 씨는 여전히 심독원이었지만 파업 발생 직후 ‘도대체 누가 난팡주말의 신년 축사를 멋대로 뜯어고쳤나’ ‘나는 절대 위대하지 않고 단지 양심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제목의 글 2편을 통해 광둥(廣東) 성 정부가 난팡주말에 압력을 행사해 글을 뜯어고쳤음을 폭로했다.

그는 고별사에서 ‘양심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올해 초 신년 축사 파동 과정에서 정의를 바탕으로 주장을 펼 수 있었고 언론 종사자로서 응당 가져야 할 본성을 지킬 수 있었다’라고 썼다. 그는 또 ‘은퇴하면 서방국가에 가서 자유의 햇살을 듬뿍 받고 싶다’는 소망도 고별사에 남겼다.

하지만 쩡 씨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달 초 은퇴해 고향으로 돌아간 뒤 청명절을 맞아 성묘하던 중 그는 3일 소화관 대정맥 출혈로 사망했다. 그의 글은 난팡주말의 계열사인 난두(南都)주간의 천자오화(陳朝華) 총편집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웨이보에 올라온 글은 수천 번 공유됐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중국#쩡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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