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궁이 필요하다”…‘낙지 살인’ 무죄에 누리꾼 격앙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5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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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이 모텔에서 산낙지를 먹다 사망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였던 남자친구가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무죄 판결을 받았다.

A씨는 2010년 4월19일 새벽 인천의 한 모텔에서 여자친구 B씨(당시 22세)를 질식시켜 숨지게 한 뒤 B씨가 낙지를 먹다 숨졌다고 속여 사망 보험금 2억 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사형을 구형한 가운데 1심 재판부는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형을 선고했었다.

하지만 서울고법 형사4부(문용선 부장판사)는 5일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이 사건과는 별도로 승용차 안의 지갑을 훔친 혐의(절도) 등 일부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결정적인 증거, 시신은 사고사로 화장

항소심 재판부는 살인혐의 무죄 이유에 대해 "코와 입을 막아 살해했을 경우 본능적인 저항으로 얼굴 등에 상처가 남게 되는데, 당시 건강한 20대 여성이었던 피해자 몸에 흔적이 있었다거나 저항조차 못할 정도로 의식이 없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애초 사고사로 종결된 이 사건은 B씨의 시신이 사망 이틀 후 화장돼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법원에서 유죄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뒤늦게 B씨가 사망하기 한 달 전쯤 생명보험에 가입했고, 보험금 수령인이 법정상속인에서 남자친구인 A씨로 변경된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보험금 2억 원을 받은 뒤 유족과 연락을 끊었다. 이를 수상히 여긴 유족의 요구에 따라 경찰은 사건 발생 5개월 만에 재수사에 나섰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보강 수사를 벌여 A씨를 구속했다. 검찰 조사과정에서 김 씨가 이미 전과 9범이며 두 건의 차량 절도 사건으로 입건된 적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 당일 부검 등 여러 검사가 이뤄졌다면 사망원인을 충분히 밝혀낼 수 있었겠지만 당시 타살의혹을 품지 않은 경찰이 어떤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때문에 피고인 진술 외에는 사망 원인을 밝힐 아무런 증거가 없다"면서 "피고인의 진술처럼 낙지로 인해 질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 누리꾼 "예비 범죄자들에게 교훈 줬다" 냉소…국민 법 감정과 괴리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기가 막혀 했다. 이 사건은 그동안 방송과 신문에서 자세히 다뤄진 까닭에 많은 이가 재판의 향방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

누리꾼 'kisn****'는 "보통 사람이라면, 낙지가 목에 걸렸다면 119로 전화한다. 그러나 B는 낙지가 목에 걸리자 4층에서 1층까지 카운터로 내려가 설명한 후, 카운터에서 119로 전화하게 하고 자신은 다시 4층으로 올라갔다"라며 의구심을 표했다.

'a199****'도 "죽은 여자 치아 보니 다 상했던데, 그런 이로 낙지를 통째로 집어넣겠나? 이건 일곱 살짜리 어린애도 판단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rega****'는 "살인을 하면 안 된다라는 게 아니라 이왕 할 거면 치밀하게 증거가 안 남게 하라고 범죄자들에게 깊은 교훈을 주는 판결"이라며 "이러니 국민들이 법관을 신뢰를 못하지"라고 탄식했다.

'prey****'는 "미친 법이다. 죽은 자만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rsv4****'는 "석궁이 필요하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ecli****'는 "이런 사건은 미국처럼 배심원을 두고 공개 재판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누리꾼 'kook****'는 "확실한 정황 증거는 날조된 증거물 보다 우선한다는 법이 새로 생겨야 한다"라며 "하루빨리 국민 법 감정에 맞게 법이 시대와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법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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