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영화평론가 로저 이버트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5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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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재발 공개 만 하루만에…오바마 애도 성명
'엄지손가락 평가'(Two Thumbs Up)로 잘 알려져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평론가로 꼽히는 미국의 로저 이버트가 4일(현지시간) 사망했다. 향년 70세.

이버트는 불과 하루 전인 지난 3일 새벽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암 재발 사실을 공개하고 재활 의지를 보였으나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다.

이버트는 블로그에 남긴 글에서 "골반 골절상 치료 과정에서 암 재발을 확인했으며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평론 일선에서 잠정 물러난다"며, "당분간 활동을 자제하겠지만 엄선된 작품에 대해서는 평론을 계속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긴 여정에 함께 해준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한다. 영화를 통해 만나자"고 덧붙였다.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영화 평론계의 '큰 별'인 이버트의 사망 소식에 백악관을 비롯한 미국 전역이 슬픔을 표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버트는 암과 싸우는 와중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그의 열정과 관점을 세상과 공유했다. 이버트가 떠난 영화계는 이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라고 애도했다.

이어 "이버트는 영화 그 자체였다"며 "이버트는 좋아하지 않는 영화에 대해 진솔했다. 좋아하는 영화를 만났을 경우에는 그 영화가 지닌 독특한 파워를 끄집어내 우리를 마법의 세계로 인도했다"고 평했다.

이버트는 일리노이 주 어바나에서 태어나 일리노이 대학과 시카고 대학원을 졸업했다.

1967년 시카고 선타임스에 입사해 46년 동안 영화담당기자와 영화평론가로 일했다.

1975년 영화 비평으로는 처음으로 평론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2005년에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입성했다. 15편의 책도 저술하기도 했다.

이버트는 시카고 트리뷴 기자 진 시스켈(1946~1999)과 함께 1975년부터 20여 년간 TV 영화비평 프로그램을 진행해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두 사람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거나 내리는 손동작으로 영화를 평가했는데, 이로 인해 최고의 영화평에는 '투 섬스 업(Two Thumbs Up)'이라는 표현이 쓰이기도 했다.

이버트는 2002년 갑상선암과 침샘종양 선고를 받았다. 2006년 턱 제거 수술을 받아 말하거나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됐지만 그는 2010년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대중 앞에 당당히 드러내며 활동을 재개했다.

이버트는 시카고 선타임스 블로그를 통해 지난해 한 해에만 300여 편의 영화평을 발표했다. 또한 소셜미디어로 팬들과도 소통했는데, 그의 트위터 팔로워는 82만7000명에 달한다.

그는 1992년 흑인 여성 채즈 해멀스미스와 결혼했으며 입양한 두 자녀와 네 명의 손주를 뒀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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