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銀, 통화공급 2년내 2배로… 판 커지는 아베노믹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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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국채-위험자산 매입도 늘려 증시 2.2% 반등… 日국채이자율 최저

일본은행이 시중 화폐 공급량을 2년 안에 현재의 2배로 늘리는 내용의 파격적인 금융완화 조치를 4일 내놓았다. 이날 취임 100일을 맞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본격화하는 것으로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을 보였다. 한국의 수출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일본판 ‘충격과 공포’

‘아베노믹스 전도사’를 자처하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의 취임 이후 첫 금융정책결정회의를 개최한 일본은행은 이날 ‘2년 내 물가 2% 상승’ 목표를 가능한 한 조기에 실현하겠다며 양과 질 양면에서 파격적인 금융완화 조치를 결정했다.

금융완화 전략을 은행 간 거래 금리 조정에서 시중 화폐 공급 총량 조절로 변경하고 지난해 말 기준 138조 엔(약 1629조 원)이었던 화폐 공급 총량을 내년 말까지 270조 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장기국채 매입량도 내년 말까지 현재의 배 이상인 190조 엔으로 확대하고 장기국채 보유액을 화폐 공급 총액 이내로 유지한다는 내부 규제도 중단하기로 했다. 원금을 까먹을 위험이 큰 상장지수펀드(ETF) 등 위험자산 매입량을 늘리기로 하는 등 ‘질’ 면에서도 과감했다. 구로다 총재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금융완화다. 전력을 순차 투입하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총동원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넷판은 이번 조치를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 작전명인 ‘충격과 공포’에 비유했다.

○ 일본 외환 증권시장 즉각 반응 반색

기대 이상의 금융완화책이 발표되자 이날 하락세로 출발했던 도쿄 증시는 크게 반등했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이날 오전 미국의 주가 하락 소식에 전날보다 170엔 이상 빠진 12,188.22엔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오후 1시 반경 금융완화책을 발표하자 급등세로 돌아서 불과 20분 만에 전날 종가 수준을 회복했다. 이후에도 상승을 거듭해 이날 닛케이주가는 전날 종가(12,362.20엔)보다 272.34엔(2.2%) 오른 12,634.54엔으로 마감했다. 지난달 12일에 기록한 올해 최고치(12,635.69엔)에 근접했다.

엔화를 매도하는 손길이 바빠지면서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도 지난달 21일 이후 가장 많이 하락해 오후 한때 달러당 95.56엔에 거래됐다.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확대 소식에 시중 자금이 몰린 채권시장에서는 장기 금리의 대표적 지표인 10년물 일본 국채 이자율(연리)이 오후 한때 0.425%에 형성돼 2003년 6월 11일의 0.430%를 깨고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 한국 수출 큰 타격 예상… ‘영향 제한적’ 반론도

일본은행은 이번 조치가 디플레이션 탈피를 통한 ‘소비 부양→기업 실적 개선→고용 확대 및 임금 상승→소비 확대’의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금융완화는 엔화 가치의 약세로 이어져 자동차 전자 철강 반도체 등 주요 수출산업에서 경합하는 한국 경제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서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이 화폐 공급 규모를 늘려 부동산 주식 등 시장을 직접 부양하겠다는 것”이라며 “엔화 약세로 인해 국내 경제에 영향이 있겠지만 이미 달러당 엔화 환율이 연말까지 100엔을 넘길 것으로 예상해왔기 때문에 ‘쇼크’라고 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황형준 기자 bae2150@donga.com
#일본은행#아베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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