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개발서 구도심 살리기로 도시 균형발전 공식 바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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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부 “중추도시 육성” 업무보고

2005년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일본에서 다카마쓰(高松) 시는 요즘 인구가 늘고 있는 대표적인 지방 중견도시로 꼽힌다. 인구 42만 명의 이곳은 다른 지방도시에 비해 상권도 크게 활기를 띠고 있다. 일본 정부가 도시 외곽을 새로 개발하던 방식을 접고 기존 시가지를 되살리는 방식으로 개발에 들어간 덕분이다.

국토교통부는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지방 중추도시권 육성 계획’을 내놓고 이와 같은 일본식 도심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과거 정부가 신도시, 혁신도시, 산업단지 건설을 통해 ‘팽창과 확장’을 앞세웠다면 박근혜 정부에서는 낡은 도심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개발의 공식을 바꾼다는 의미다. 국토부는 “노무현 정부 때의 혁신도시, 기업도시 같은 강제분산이나 이명박 정부의 시혜적 산업보조(산업단지) 추진으로는 이제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이 힘들다”며 “개발 패러다임을 바꿀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밝혔다.

○ 확장에서 도심 되살리기로

현재 전국 144개 시구 가운데 도시 쇠퇴가 진행되는 곳은 55곳(38.1%)이다. 최근 5년간 인구와 사업체 수가 줄고 낡은 건축물이 급증한 곳이다. 이 가운데 재정 자립도가 낮은 44곳은 1인당 주거 면적이나 문화시설 등을 봤을 때 농어촌 지역보다 상황이 열악하다. 국토부는 이런 시와 구 가운데 10∼20곳을 지방 중추도시권으로 선정해 도시 재생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손병석 국토부 국토정책관은 “예전 정부가 주도했던 신도시 개발 방식과 달리 지자체가 먼저 사업을 제안하면 정부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제외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정부가 수도권 신도시급 이상으로 도로를 닦는 등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지원해줄 방침이다. 올해 말까지 지자체 신청을 받아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도심 재개발이 한 추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일본은 도쿄의 낡은 주거지에 초고층 오피스빌딩과 주거·상업시설을 세워 ‘롯폰기힐스’라는 관광명소를 만들었다. 독일 베를린의 포츠다머플라츠도 상업·문화·주거시설이 재개발되면서 빼어난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정부가 개발 정책 공식을 확장에서 도시 재생으로 바꾼 것은 최근 ‘주택시장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고, 주택공급을 줄이겠다고 한 것과도 통한다.

○ ‘체납 지도’ 만든다

국토부는 이번 업무보고를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 및 대책도 내놨다.

지난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처음 등장해 대통령 선거기간에 논란이 됐던 ‘수서발(發) 고속철도(KTX) 경쟁체제 도입’의 사업자 선정방식은 다음 달 결정하기로 했다. 최근 제2 철도공사를 도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떠올랐지만 일부에서 반대해 민관합동 운영 방식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역 공약 중 하나였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6월부터 항공 수요 조사로 타당성을 검토한 후 결정한다.

국토부는 또 최근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세원(稅源) 확보’를 위해 국세청의 과세 추징을 돕는 ‘체납 지도’도 만들기로 했다. 국토부의 공간 정보와 국세청의 체납 기록을 결합해 전국 체납 건축물을 지도로 만드는 것이다. 국토부는 체납 지도가 만들어지면 과세가 누락된 건축물을 쉽게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인근 지역의 비슷한 업체보다 세금을 현저히 적게 내는 곳이 어딘지 파악하기도 쉬워 ‘누락 세금’도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재명·정임수 기자 jmpark@donga.com
#국토부#균형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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