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법원등기소 첫 압수수색… 공직 기강잡기 신호탄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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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집단등기 편의 제공 대가 법무사-변호사에 거액 받은 혐의
관행 뿌리뽑기… 조만간 수사 확대

법원 등기소 직원들이 법무사와 변호사 사무장에게 집단등기 업무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받아 온 혐의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 수사를 시작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검찰은 법원 등기소에 대해 사상 첫 압수 수색까지 실시했다. 이번 수사가 박근혜 정부의 ‘공직 기강 잡기 사정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인천지검 외사부(김형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수원지법 안산지원 등기과와 전주지법 완산등기소를 전격 압수수색해 등기 신청서, 집단등기 장부, 업무 처리표 및 분장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아파트 집단 등기와 관련된 서류를 압수했다. 검찰은 조만간 수도권의 다른 등기소 3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완공된 뒤 집단등기를 할 때 서류 심사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아파트 한 가구당 5000∼1만 원씩이 등기소 직원들에게 건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일종의 ‘준조세’였다는 것이다. A 법무사는 2008년경 수도권의 한 아파트 단지 2000가구를 집단등기하면서 한 등기관에게 수천만 원의 뇌물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법무사가 아파트 소유주로부터 뇌물 액수만큼을 더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등기관은 뇌물 액수가 적다는 이유로 법무사와 변호사 사무장에게 전화를 걸어 “다시 계산하라”며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고 한다.

특히 아파트 등기 신청 서류에 ‘수입인지’를 덜 붙이게 해 주고 금품을 챙긴 정황도 드러났다. 국고로 귀속돼야 할 돈의 일부가 등기관 호주머니로 들어간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수도권의 165m²(약 50평형)짜리 아파트의 경우 수입인지를 15만 원 정도 등기 서류에 붙여야 하지만 등기소 직원들이 눈감아주고 절반만 붙이게 한 뒤 차액의 일부를 뇌물로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1년여 전 A 법무사가 등기소 직원과 짜고 이와 같은 수법으로 수천만 원을 나눠 먹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예전부터 ‘등기소 직원은 노른자위 보직’이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15년 경력의 법무사 B 씨는 “아파트 집단등기를 진행할 때 등기관이 등기 예규나 규칙을 거론하며 서류를 보완해 오라고 하면 일이 복잡해지고 처리도 늦어진다”며 “이런 이유로 등기소 직원들에게 관습적으로 뇌물을 제공해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오랜 관행이었던 등기소 직원의 뇌물 수수가 이번 수사를 계기로 완전히 뿌리 뽑혀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채널A 영상]뒷돈 받고 편의 봐준 ‘뇌물 등기소’ 압수수색



#집단등기#법원등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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