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달전산망 해킹해 낙찰가 조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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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관급공사 31건 불법낙찰 혐의… 악성프로그램 개발자-건설업자 구속

‘하천 정비사업 낙찰하한가 19억8000만 원.’

프로그램 개발업자 김모 씨(53)는 2011년 6월 건설업자 5명에게 문경시가 발주한 공사의 낙찰하한가를 미리 알려줬다. 낙찰하한가는 발주처의 공무원조차 알 수 없는 정보다.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 ‘나라장터’에서 자동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건설업체의 로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그러나 김 씨에게서 낙찰하한가 정보를 얻고 하한가보다 974원 높게 입찰가를 적어낸 A 건설업체 대표 오모 씨(55)는 3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낙찰을 받았다.

김 씨 등 5명으로 구성된 개발팀은 컴퓨터 해킹을 통해 낙찰하한가를 조작하는 악성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자체 공무원과 건설업자 PC에 심었다.

나라장터 시스템은 입찰자들이 가장 많이 전자추첨한 예가(공사예정가격) 4개의 평균을 구해 낙찰하한가를 정한다. 그러나 악성프로그램이 깔리면 실제 입찰자가 뽑은 예가와 관계없이 미리 정해둔 값으로 낙찰하한가가 결정된다.

이 같은 방식으로 김 씨 등 프로그래머 5명과 브로커 5명은 2007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경북권 지자체가 발주한 총 291억 원 상당의 관급공사 31건을 20개 건설업체가 불법낙찰 받게 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 김석재)는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 등으로 김 씨와 오 씨 등 10명을 구속기소하고 B 건설사 대표 심모 씨(48) 등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조달전산망#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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